메시, 경기 시간 63% 걸어서 소화
고속질주 298회…케인 절반 수준
통산 골·도움 두 자릿수 끌어올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경기 대부분을 걸어 다니고도 최다 득점 선두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 선수 리오넬 메시.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 선수 리오넬 메시.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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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시간) 글로벌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전체 경기 시간의 63%를 산책하듯 걸어서 소화했다. 여기에 25%는 아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격돌하는 월드컵에서 경기 시간의 4분의 1을 멈춰 서 있었다는 건 여느 선수라면 상상하기 힘든 대목이다.

나머지 움직임도 '전력 질주'와는 거리가 멀었다. 메시가 조깅한 시간은 8.6%로 선수 평균(23%)에 크게 못 미쳤고, 러닝은 2.8%, 스프린트는 0.1%에 그쳤다. 뛴 거리 역시 4강까지 오른 팀의 간판선수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8강 진출까지 5경기에서 소화한 총 주행 거리는 3만 5868m로, 5만m를 뛴 팀 동료 알렉시스 맥 앨리스터보다 1만 5000m 가까이 적었다.


극단적인 장면도 있다. 메시가 카보베르데와의 32강전에서 후반 15분 동안 실제로 달린 시간은 51초에 불과했다. 90분으로 환산하면 경기 내내 5분 남짓만 뛴 셈이다. 시속 20~25㎞의 고속 질주 횟수도 5경기 통틀어 298회로, 잉글랜드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600회)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성적표는 정반대다. 메시는 이렇게 적게 뛰고도 킬리안 음바페(프랑스)와 함께 대회 최다인 8골을 몰아쳤고, 공격 지역에서의 득점 기회 창출도 15개로 전체 3위에 오르는 등 기록을 세우고 있다.


비결은 에너지 관리에 있다. 1987년생인 메시는 대부분의 시간을 걸으며 힘을 아꼈다가 결정적인 순간 폭발시킨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개한 이번 대회 히트맵을 봐도 그의 스프린트는 71%가 공격 지역에 집중됐고, 이 가운데 21%는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나왔다.


그렇다고 예전 같은 폭발력을 잃은 것도 아니다. 아르헨티나가 이집트와의 16강전에서 0-2로 끌려가다 3-2로 뒤집는 과정에서는 무려 9차례나 빠른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매체는 "메시는 축구를 산책처럼 쉬워 보이게 만든다"고 평했다.


아르헨티나와 이집트의 월드컵 16강전에서 선수들이 메시를 헹가래 태우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와 이집트의 월드컵 16강전에서 선수들이 메시를 헹가래 태우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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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그가 적게 뛰고도 아르헨티나가 매끄럽게 돌아가는 배경에는 동료들의 헌신이 있다. 로드리고 데 파울과 엔소 페르난데스 등 미드필더진이 남다른 활동량으로 메시가 비운 공간을 메운다.


메시의 '경호원'으로 불리는 데 파울은 앞서 기자회견에서 주장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메시가 앞으로 몇 경기를 더 뛸지 세는 대신, 그가 여전히 뛰고 있는 이 모든 순간을 즐기는 것"이라며 "그가 매일 헌신하는 모습을 우리뿐 아니라 모든 아르헨티나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대회 2연패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1일 열린 스위스와의 8강전을 3-1로 잡고 2회 연속 4강에 올랐다. 이 경기에서 메시는 코너킥 도움으로 월드컵 통산 10번째 도움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한 명이 통산 골과 도움을 모두 두 자릿수로 끌어올린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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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상대는 공교롭게도 케인이 버틴 잉글랜드다. 적게 뛰는 메시와 가장 많이 뛰는 골잡이 케인의 대결이 결승 길목에서 성사된 것이다. 이번 대회 준결승에는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를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등 우승 경험이 있는 나라만 살아남았다. 우승국들로만 4강이 채워진 것은 1970년과 1990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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