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전 발병하는 조발성 치매
진단 최대 15년 전부터 업무생산성↓
1인당 누적 손실액 1억2800만원
노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치매가 사회경제 활동의 중추인 30~40대의 삶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이른바 '초로기(조발성) 치매' 환자들이 병원에서 공식 진단을 받기 최대 15년 전부터 이미 업무 생산성이 뚜렷하게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다. 활발히 소득을 창출해야 할 시기에 시작되는 인지 기능 저하는 개인의 커리어 단절을 넘어 장기간에 걸친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진단 체계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보이지 않게 시작되는 '생산성 붕괴'
최근 핀란드 동부대학(UEF) 연구진은 미국신경학회 학술지 '뉴롤로지(Neurology)'에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초로기 치매 환자의 소득과 생산성 변화를 추적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핀란드 내 두 개 병원에서 진단받은 환자 793명과 연령 및 성별을 일치시킨 일반인 7926명을 비교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초로기 치매 환자는 진단 이전 최대 15년 전부터 생산성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환자 1인당 누적 생산성 손실은 7만4577유로(약 1억2800만원)에 달했으며 연평균 손실액은 약 1만2000유로로 핀란드 평균 급여의 25% 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질환이 공식적으로 확인되기 훨씬 이전부터 인지 기능 저하가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잠복기형 사회적 비용'이 상당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3040도 예외 아냐
전체 치매 환자 중 약 15%의 비중을 차지하는 초로기 치매는 대개 50대 연령층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최근에는 30대와 4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발병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조발성 치매가 노인성 치매보다 더욱 치명적인 이유는 뇌세포의 사멸 및 손상 진행 속도가 비교적 가파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지 기능이 무너지는 속도 또한 훨씬 빠르다. 대중적인 인식과 달리 초기 증상이 단순 기억력 감퇴보다는 시공간 인지 능력 저하나 언어 장애로 먼저 발현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 본인이나 주변 동료들이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는 점도 진단을 늦추는 걸림돌로 지적된다.
일상 업무에서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거나, 장기적인 계획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논리적 과정에 심각한 과부하가 걸린다면 초로기 치매의 전조 증상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 갑자기 참을성이 급감해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의사소통 과정에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경우도 위험 신호다. 특히 전두측두엽 치매 유형의 경우, 초기 인지 기능은 유지되더라도 감정 제어가 불가능해져 사회적 규범에서 심각하게 벗어난 돌발 행동을 일삼거나 성격이 변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늦어지는 진단, 커지는 사회적 비용
문제는 젊은 연령대일수록 이러한 변화를 치매로 인식하지 못해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연구를 이끈 솔예 교수는 "증상이 인지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잦은 음주, 우울증, 영양 결핍 등도 초로기 치매와 연관될 수 있지만, 일부는 원인 교정 시 증상 개선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정확한 원인 파악과 조기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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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초로기 치매를 개인의 질환을 넘어 노동시장과 사회 안전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특히 직장 내 지원 시스템과 조기 진단 체계가 미흡할 경우, 생산성 손실이 개인을 넘어 국가 경제 부담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체계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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