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당헌·당규는 권력의 도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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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에서 당헌·당규는 헌법과도 같은 존재다. 당의 운영 원칙을 정하고, 지도부와 당원 모두가 따라야 할 최소한의 약속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흔히 "당헌·당규를 건드리는 순간 당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중요한 정치적 분기점마다 당헌·당규를 손보려는 움직임이 반복된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여당 안팎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당대표 선출 방식이든, 공천 규정이든, 지도체제든 시기마다 당헌·당규 변경의 명분은 조금씩 달랐지만 당권 경쟁, 총선 공천 주도권, 차기 대권 구도 등이 얽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규정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될 때 권위를 갖는다. 특정 정치 일정이나 특정 인물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면 당헌·당규는 더 이상 원칙이 아니다. 당의 규칙이 '고무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 순간,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당원들의 신뢰다.

당헌·당규를 정치적 유불리에 맞게 해석하거나 개정하는 일이 반복될수록 당내 민주주의는 약해지고, 국민의 평가도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당원들의 걱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얄팍한 셈법에만 골몰하는 정치공학이 아니라 일관된 원칙을 지켜달라는 의미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기준을 지키는 지도부, 누구에게나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공정한 당 운영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의 단합 역시 정치적 거래나 계파 간 타협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당원들이 납득할 개혁 노선과 공정한 규칙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조직은 안정된다. 외연 확장이나 통합이라는 명분도 기본적인 원칙이 단단하게 지켜져야 설득력을 얻는 법이다.


민주정당의 주인은 결국 당원이다. 지도부도, 유력 정치인도 당원들의 신뢰를 위임받아 권한을 행사할 뿐이다. 그 권한이 개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수단으로 비친다면, 그 부담은 당사자는 물론이고 많은 부분에 악영향을 미친다. 당원들의 실망은 국민 평가로 연결되고 다음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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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헌·당규는 권력투쟁의 도구가 아니라 모두가 지켜야 할 약속이다. 그 약속이 신뢰를 잃으면, 흔들리는 것은 특정 계파가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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