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40도 살인 폭염'에 냉방 수요 폭증
'에어컨 보급' 佛-獨 선거 핵심 쟁점으로 부상
역대급 폭염이 덮친 유럽에서 에어컨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현지에서 에어컨 사용 여부를 두고 정치 성향을 가르는 글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외신 등을 종합하면 유럽에서는 각국 정부가 주도하는 대대적인 에어컨 보급을 주장하는 우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세력과 기후변화 대응 등 환경 보호를 우선하는 좌파 진영 사이 정치적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은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정부 보조금 지원을 통한 에어컨 보급을 공약했고, 독일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도 유럽의 에너지효율등급 정책을 문제 삼으며 에어컨 사용 확대를 주장했다. 마르크 베른하르트 AfD 대변인은 "'기후 히스테리'가 에어컨 사용 자제 같은 이념적 건축 규제 오류를 유발해 더 많은 온열 질환 사망자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8~29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남부지역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5~12도 높은 폭염을 기록했다. 세계기상기여도연구소(WWA)는 이 기간 유럽연합(EU), 스위스, 영국, 노르웨이 내 인구 5만 명 이상 도시권을 대상으로 실시한 '열 스트레스 지수' 조사에서 전체의 약 45%가 '역대 최악의 수준'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유럽 주요국들이 일제히 올여름 40도 넘는 역대급 더위에 휩싸였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의 에어컨 보급률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그보다 기온이 높은 유럽 남부의 스페인, 이탈리아는 각각 45%지만 미국(약 90%)이나 한국(약 86%), 사우디아라비아(63%) 등에 비하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전에는 미국, 아시아보다 날씨가 온화했고, 낡은 건물이 많아 건축 규제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최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한 개인과 기업의 에어컨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쿨토시, 선풍기 모자 등 기존 동남아가 주력 시장이던 물품들도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지역에서 주문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에어컨 사용이 지구 온난화의 핵심 원인인 기후 변화를 촉진하며 에어컨을 사용하면 향후 폭염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좌파 성향의 프랑스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절대로 어디에나 에어컨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며 "그러면 상황만 더 악화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전기를 많이 잡아먹는 에어컨을 사용하는 사람은 극우 추종자라는 근거 없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소셜미디어 게시물엔 에어컨에 히틀러의 얼굴을 합성한 이미지도 담겼다. 독일에 산다는 한 네티즌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에어컨을 설치했으니 놀러 오라는 이웃의 초대를 거절했다며 "이기적인 사람들. 개인의 편안함은 지구를 파괴할 만큼 가치 있지 않다"고 썼다. 해당 게시글에는 2500개 넘는 댓글이 달리며 논쟁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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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사망률 모니터링 기관인 유로모모(EuroMOMO)에 따르면 6월 22~28일 일주일 사이에만 폭염으로 EU 27개 회원국에서 1만650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중 9000명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럽의 폭염 대응 투자 대부분은 기계식 냉방보다는 그늘, 단열, 냉방 센터 등 장기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노령자와 환자 등 온열 질환 고위험군 보호를 위한 제한적인 에어컨 사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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