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일본이 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공동 진출에 나선 것은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한발 앞서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원전 시장도 글로벌 패권 강국에 의해 진영화 하는 모습이다.


한미일 외교장관이 지난 7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계기로 개최된 외교장관회의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배치를 가속화하기 위해 3국간 협력의 틀을 구축하는 협력각서(MOC)에 서명했다. 오른쪽부터 조현 외교장관,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대신. 외교부 제공

한미일 외교장관이 지난 7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계기로 개최된 외교장관회의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배치를 가속화하기 위해 3국간 협력의 틀을 구축하는 협력각서(MOC)에 서명했다. 오른쪽부터 조현 외교장관,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대신.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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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당국자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에게 "미국의 첨단 원천 기술과 한국과 일본의 세계적인 제조 시공 역량은 높은 상호 보완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3국 정부 차원에서도 한미일 기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일은 지난해 중반부터 관련 협의를 진행해 왔다. 기술적으로 앞서있는 미국의 주도로 협의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약 1년에 걸친 물밑 논의 끝에 지난 7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3국 장관이 협력각서(MOC)에 서명했다.


이번 MOC의 목적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시작으로 한미일 원전 업계가 글로벌 SMR 시장에 공동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협력 틀을 마련하는 데 있다. 3국 정부는 기업 간 SMR 협력을 장려하고 SMR 도입을 검토하는 국가를 함께 발굴해 원전 도입 관련 의사결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수출 대상국의 사업 자금 조달과 역량 강화, 기술·연료·장비·서비스 지원도 협력 대상에 포함된다.

이번 협력은 한미일이 각자의 약점을 보완해 '공동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원전은 설계와 시공뿐 아니라 연료 공급, 운영, 폐로까지 장기간 관여가 필요한 전략 산업인 만큼 가격 외에도 안전성과 공급 안정성, 정부 간 신뢰가 수주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은 SMR 설계와 원천기술,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장기간 신규 원전 시공이 중단됐다. 일본 역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공급망과 해외 사업 기반이 약화한 상태다.


반면 한국은 1970년대 후반 고리 1호기 건설 이후 약 40년 동안 원전 시공 경험을 이어왔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도 사막의 고온과 코로나19에 따른 물류 차질 속에서 예정된 기간과 예산에 맞춰 건설한 사례로 꼽힌다. 당국자는 "열교환기와 터빈 등 원전 기자재 생산 역량도 협력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이 제조 분야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협력은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등을 무기 삼아 강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은 설계와 금융 조달, 시공, 운영, 폐로는 물론 우라늄 채굴·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처리까지 원전과 연료의 전 주기를 포괄하는 수직계열화를 바탕으로 해외 원전 시장의 대다수를 점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소를 직접 소유·운영하면서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는 방식과 가격 경쟁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중국은 현재 건설 중인 세계 원전의 상당수를 자국에서 짓고 있으며 원전 공급망의 90% 이상을 국내에서 조달하는 산업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지속적인 원전 건설을 통해 시공과 운영 경험을 빠르게 쌓고 있어 장기적으로 세계시장 내 영향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가격 경쟁력만 놓고 보면 러시아와 중국이 선점하고 있다. 다만 원전은 건설부터 운영, 폐로까지 100년 안팎의 장기 협력이 필요한 전략산업으로 안전성과 공급 안정성, 비확산 기준, 주민 수용성, 정부 간 신뢰 등이 함께 작용하는데 한미일 각각 역량을 결합해 안전성과 사업 수행 능력으로 보완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배경을 고려하면 3국 간 MOC는 미국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3국은 기술과 제조·시공 역량을 결합한 공동 브랜드를 통해 이 같은 경쟁력을 높여 인도·태평양 등 신흥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인태 지역은 앞으로 신규 원전 수요가 가장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라며 "한미일의 역량이 결합한다면 역내 국가들에 경쟁력 있는 대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MOC 체결 후 여러 외교 채널을 통해 이를 환영하는 반응도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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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MOC는 특정 기업이나 사업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원전 협력은 기본적으로 경제성과 상업성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주도하는 것"이라며 "이번 MOC 역시 정부 차원에서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한나 기자 im21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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