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A 수주 도와주고 베트남 계좌로 5000만원 우회 수수한 국책연 간부
입찰 미공개 자료 19차례 제공
감사원, 해임 요구·검찰 고발
대학교수는 연구인력 부풀려 보조금 편취
前 인천 부시장 '지인 채용' 압력
공직기강 감사서 15명 징계 요구·2명 고발
국책연구기관 간부가 19억원 규모의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수주를 도와주는 대가로 업체 측에 5000만원을 요구한 뒤 베트남 현지 사업가들의 계좌를 거쳐 돈을 받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 간부는 사업자 선정 전 설계내역서 등 미공개 내부자료를 업체에 19차례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14일 이 같은 내용의 '공직기강 점검Ⅱ'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비위 관련자 15명에 대해 징계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품 수수와 지방보조금 편취 등 범죄 혐의가 확인된 2명은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위원 A씨는 해외 스마트시티 건설기술 협력센터 구축사업을 총괄하면서 2022년 4월 한 업체 직원에게 사업 수주를 돕겠다며 3000만원을 요구했다. 이후 설계내역서 등 입찰 관련 비공개 자료를 19차례 넘겼고, 같은 해 10월 해당 업체가 19억4000만원 규모 사업을 수주하자 요구액을 5000만원으로 올렸다.
A씨는 카카오톡을 통해 "3천도 챙겨준다니 참 고마운데, 5천 정도까지 괜찮겠나. 모든 건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고"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업체 직원에게 5000만원을 자신의 지인인 베트남 현지 사업가 계좌로 송금하도록 한 뒤 다른 현지 사업가 계좌로 10억동을 다시 이체하게 했다. 당시 환산액은 약 5000만원이다.
A씨는 이와 별도로 센터 구축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에 항공료와 숙박비 대납을 요구해 253만원 상당을 제공받고, 2024년에는 직무 관련성이 없는 지인에게서도 106만원 상당의 항공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탁금지법은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동일인에게 한 번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은 건기연에 A씨의 해임을 요구하고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정부 인쇄물 수의계약을 담당한 5급 공무원이 계약업체 관계자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도 적발됐다. 국가데이터처 소속 R씨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9억3900만원 규모의 인쇄출판물 수의계약을 맺은 업체 대표와 관계자에게서 두 차례에 걸쳐 총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업체는 오프셋 인쇄기를 보유하거나 전용 임차하지 않아 직접생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국가데이터처는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약 8억원 규모의 수의계약 26건을 체결했다. 업체는 실제로는 다른 인쇄업체에 생산을 맡겨 납품했다. 감사원은 R씨에 대해 강등을 요구하고, 해당 업체의 직접생산 확인을 취소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대학 교수가 연구 참여인력을 부풀려 지방보조금을 빼돌린 사례도 확인됐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 부회장을 겸직한 한 사립대 조교수는 동료 교수 등 4명이 연구·평가용역에 참여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몄지만 실제로는 혼자 용역을 수행했다. 이후 동료 교수들에게 지급된 인건비를 본인과 조카 계좌로 돌려받아 1128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부정 수급액 환수와 징계를 요구하고 해당 교수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전직 인천시 부시장이 친분이 있는 인사의 공직유관단체 채용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 부시장 AM씨는 지인에게 인천시노인인력개발센터 사무국장 채용정보를 알려준 뒤 채용공고 전 센터장에게 추천했다. 지인의 사회복지업무 경력이 자격요건인 10년에 11개월가량 미달한다는 보고를 받고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 잘 챙겨봐 달라"고 재차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센터 측은 이후 담당업무가 명확하지 않은 경력까지 인정해 해당 인사를 최종 합격시켰다. 감사원은 전 부시장의 행위가 청탁금지법상 채용 관련 부정청탁에 해당한다고 보고 과태료 재판 관할 법원에 통보하도록 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6명과 천안시 공무원이 직무 관련 업체로부터 골프와 식사 접대를 받은 사실도 적발됐다. 농어촌공사 직원들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계약업체 관계자로부터 16차례에 걸쳐 258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았고, 천안시 공무원은 상수도 설비 계약업체 대표에게서 20만원 상당의 골프 비용을 제공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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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속도감 있는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려면 공직사회가 이권에 한눈팔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며 "공공 부문의 부패 방지를 위한 점검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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