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 철거 앞두고 '흙' 품귀 현상
당근마켓·번개장터 등서 거래 급증

중고 거래 앱 '번개장터'에 올라온 잠실야구장 흙 판매글. 7~8만원에도 모두 판매가 완료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번개장터 캡처

중고 거래 앱 '번개장터'에 올라온 잠실야구장 흙 판매글. 7~8만원에도 모두 판매가 완료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번개장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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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개장해 한국 야구사의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이 올해를 끝으로 철거를 앞둔 가운데 해당 야구장의 그라운드 흙이 중고 거래 시장에서 7~8만원 몸값을 호가하며 폭발적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수십 년간 축적된 팬들의 청춘과 추억이 담긴 공간의 소멸이 임박하자 이를 기념품으로 소장하려는 야구팬들의 절박한 수요가 몰리면서 단순한 흙 한 줌이 고가의 '레어 굿즈'로 둔갑한 것이다.


중고거래 시장 달군 '잠실 흙'…"제발 팔아주세요" 호소도

13일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등에는 '잠실야구장 흙' 판매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가격은 7만~8만원 선으로 형성됐으며 상당수 이미 거래가 완료됐거나 예약 상태로 전환되는 등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얼마를 주든 좋으니 제발 팔아달라"는 구매 희망 글도 동시에 늘면서 중고 시장은 그야말로 품귀 분위기다.

이 같은 이색 대란은 45년 세월을 버틴 잠실야구장이 시설 노후화와 재개발 계획에 따라 올해를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잠실야구장은 철거 후 전면 전시·컨벤션 시설로 재건축될 예정이며, 대체될 잠실 신구장은 오는 2032년 개장을 목표로 최첨단 돔구장 형태로 지어진다. 사실상 지금의 오픈형 그라운드와 그 위의 흙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영영 사라지는 셈이다.


"안녕, 내 청춘"…흙 담아 추억 보존

이에 KBO는 지난 10일과 11일 이틀간 개최되는 올스타전에 '팬 페스트존'을 설치해 현장을 찾은 야구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팬 페스트존에 마련한 'Re:member 잠실' 체험 부스에서 실제 잠실구장 내야 흙을 공병에 담아갈 수 있도록 했고, 이틀간 준비된 5000개 물량은 폭염 속 긴 대기 행렬 끝에 조기 소진됐다.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2주차장에 마련된 팬 페스트존의 'Re:member 부스에선 팬들이 공병에 차곡차곡 흙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2주차장에 마련된 팬 페스트존의 'Re:member 부스에선 팬들이 공병에 차곡차곡 흙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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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팬들은 30도를 웃도는 더위에도 1시간 이상 줄을 서며 흙을 받아 갔다. 한국 프로야구의 상징으로 자리해 온 잠실구장이 철거를 앞두면서 공간의 기억을 물리적으로 간직하려는 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현장 분위기도 뜨거웠다. 마지막 잠실 올스타전을 찾은 2만3750명의 만원 관중은 전시 부스와 체험존을 돌며 구장의 역사를 되새겼고, 일부 팬들은 "잠실은 청춘 그 자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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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잠실을 홈으로 쓰는 LG와 두산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현재 야구장에서 300m 떨어진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을 대체 홈구장으로 쓸 예정이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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