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축구협 목표 32강…일본은 '우승'
원대한 꿈·절박한 위기 의식 있어야
인사권자의 실력, 조직의 성패 좌우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32강 탈락은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고, 동시에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사가 만사임이 다시 증명됐다.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는 스포츠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기업 모두에 해당한다.
조선시대 이조전랑은 품계는 낮았지만 막강한 인사 추천권을 가진 자리였다. 선조 때 사림이 대거 진출하며 동인과 서인으로 갈라졌고, 이조전랑 자리를 둘러싼 다툼은 붕당 정치의 시발점이 되었다. 갈등은 일본 정세 보고마저 왜곡시켰다. 황윤길은 일본의 위협을 경고했으나, 김성일은 이를 축소 보고했다. 이 결과 국가는 전쟁을 대비할 기회를 잃었다.
임진왜란 당시 유성룡은 이순신을 추천했고 그는 바다에서 연전연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선조가 이순신을 경계한다는 점을 이용해 서인 세력이 그를 끌어내리고 원균을 기용하면서 칠천량 대패라는 참사가 벌어졌다. 유성룡은 '징비록'에서 "사람을 쓸 때는 반드시 그 재능을 살피고, 사사로운 교분이나 인연을 기준으로 하지 말라(用人必觀其才 不可以私交用人)"라는 교훈을 남겼다.
기업 세계에서도 교훈은 분명하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천하의 1등 인재라면 어디서든 데려와야 한다"는 신경영 선언으로 글로벌 인재 확보를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역시 "순혈주의가 밥 안 먹여줘"라며 미 항공우주국(NASA), 닛산, 구글, 네이버 등 다양한 배경의 인재를 영입했다. 이는 지속적 발전을 위한 비전과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공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세종은 집현전을 설치해 학문과 정책 연구를 위한 인재를 모았고, 정조는 규장각을 세워 서얼까지 기용했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과 해외 유학 장려로 기술 인재를 확보했다. 결국 성과 중심 인사가 국가와 조직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우리 사회는 이태원 참사, 세월호 구조 실패, 12·12 군사반란 등 자리 중심 인사와 무능한 리더십이 낳은 비극을 경험했다. 반대로 실력과 품성을 중시하는 인재 등용은 위기 극복과 세계적 경쟁력 확보의 길이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혈연·학연·지연을 활용하고 싶어 한다. 미국에서도 네포티즘이 문제로 지적되며, 하버드매거진 연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약 77%가 채용 시 개인적 연결을 능력보다 더 중시한다고 한다. 이는 상류층 자녀에게 유리하고 여성·소수자·저소득층에게 불리하다.
그렇다면 지도자가 사적 인연을 극복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그것은 상황에 맞는 높은 목표와 절박한 위기의식이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자신을 존중하지 않던 알렉산더 해밀턴을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했고,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자신을 "촌스러운 정치인"이라 모욕한 조지 매클렐런을 북군 총사령관으로 기용했다. 세종은 한글 창제를 반대한 최만리를 중용했고, 정조는 탕평책을 펴서 세력이 약하던 소론과 남인 인사들을 적극 기용했다. 이들은 모두 국가의 안정과 통합을 위해 사적 감정을 넘어 유능한 인재를 등용했다.
이번 월드컵을 준비한 축구협회가 국민의 분노를 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대표팀은 '우승'을 목표로 삼았는데, 우리의 목표는 '32강 진출'에 그쳤다. 목표의 높이와 절박함의 차이가 결과를 갈랐다.
교훈은 분명하다. 인사권자의 실력이 곧 조직의 성패를 좌우한다. 자리를 목표로 하는 사람보다 실력과 품성을 갖춘 인재를 발탁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량이며, 최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잘 뽑는 것이 국민의 실력이다. 국민이 높은 목표를 세우고 절박함과 위기의식을 발휘할 때 국가와 사회는 비로소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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