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경영권 방어 위해 해외 계열사 활용"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에겐 1억 배상 판결

고려아연이 2025년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당시 주주총회 의장이었던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에게는 1억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됐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재판장 장지혜)는 지난 10일 영풍이 박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박 대표에게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 "고려아연의 영풍 임시주총 의결권 제한은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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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은 임시주총을 앞두고 호주 계열사 SMC를 통해 상호주 관계를 형성한 뒤 상법 제369조 제3항을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상호주는 두 회사가 서로의 주식을 보유한 관계를 뜻하며, 상법은 일정한 경우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SMC가 주식 양도와 주주 수, 상장에 제한을 둔 폐쇄적 구조의 회사여서 우리 상법상 주식회사와 같거나 가장 유사한 형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SMC는 해당 조항이 정한 '자회사'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를 전제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봤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이번 판결은 앞선 가처분 결정들이 의결권 제한의 위법성을 판단한 데서 더 나아가, 불법행위와 손해배상책임까지 인정한 첫 본안 민사판결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해석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방안으로 SMC를 통한 상호주 취득을 검토했다. 박 대표도 의결권 제한이 경영권 방어의 일환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박 대표가 고려아연 대표이사이자 SMC 이사로서 상호주 형성과 의결권 제한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법률적 쟁점과 결과를 검토할 시간과 기회가 있었고 주주권 침해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의결권 제한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박 대표의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와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결권 제한을 단순한 절차상 하자가 아니라 주총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준 행위로 판단했다. 영풍이 의결권을 행사했다면 이사 수 상한 설정 안건과 고려아연 측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가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영풍이 총회 연기와 법률 검토를 요청했지만 고려아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의결권 제한의 적법성을 검토하거나 대응할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채 총회를 진행한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이번 판결은 단순히 손해배상금 1억 원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이유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으며, 그러한 불법행위를 주도한 경영진에게는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법원이 분명히 확인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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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번 판결은 주주평등 원칙과 주주의 의결권이 회사법상 가장 핵심적인 권리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물론, 경영권 방어라는 명분 아래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지배구조와 주주권 보호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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