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해진 1200주년, '해양강국'과 '통합특별시'의 미래를 묻다
다가오는 2028년은 장보고가 완도에 청해진을 건설한 지 꼭 1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청해진은 828년 음력 4월에 세워졌는데, 1996년에 이르러 대한민국 정부는 음력 4월을 양력 5월로 환산하고 5월의 마지막 날 31일을 우리나라 국가 기념일 '바다의 날'로 지정하였으니, 2028년 5월 31일 제33회 바다의 날은 정확히 '청해진 건설 1200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인 셈이다.
'최초의 해양 글로컬' 청해진, 21세기 대한민국을 예견하다
청해진 건설일이 우리나라 '바다의 날'의 기원이 된 것은 그 압도적인 역사적 상징성 때문이다. 먼저 장보고는 서남해 도서·연안이라는 '지역(Local)'을 기반으로 당·신라·일본을 잇는 동아시아 '세계(Global)'의 해상 중계무역을 석권했으니, 청해진이야말로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 글로컬(글로벌+로컬) 성공 모델'이라 할 것이다.
9세기 전반, 장보고가 청해진을 통해 동아시아 바다를 석권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대 최고 성능을 자랑하던 '신라배'가 있었다. 이는 21세기 '한국 선박'이 세계 바다를 호령하며 대한민국을 해양강국으로 이끌고 있는 현상의 역사적 축소판이다. 또한 장보고는 그 시대의 반도체라 할 수 있는 '청자' 생산기술을 당나라에서 해남·강진 등지로 이식해 신라를 세계 두 번째의 청자 생산국이 되게 하였고, 훗날 고려청자라는 불후의 창의적 예술품으로 재탄생하는 발판을 놓았다. 이 역시 미국에서 태동한 반도체 산업이 한국에 뿌리 내려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개한 오늘날의 모습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다.
그러니 1996년 청해진 건설일을 전거 삼아 '바다의 날'을 정한 것이야말로 21세기 해양 강국과 반도체 강국을 예견하고 견인한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마침 2028년 청해진 건설 1200주년을 맞게 되었으니,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기념하면서, 청해진의 역사적 쾌거를 기억하고 미래 해양강국을 추동하는 동력으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다가오는 2028년, 평화와 공영의 '청해진 정신' 선포해야
지난 1월 초,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 국빈 방문 당시 한·중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 '벽란도 정신'을 강조한 바 있다. 과거 고려와 송나라가 거란(요)과 여진(금)의 외교·군사적 압박으로 국교가 단절되는 위기를 겪으면서도 예성강 하구 벽란도를 중심으로 민간 교류와 교역은 결코 끊이지 않았다는 역사적 교훈을 짚은 것이다. 이는 오늘날 어떠한 국제 정세의 어려움 속에서도 한·중 교류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한 매우 시의적절한 메시지였다.
이제 2028년 청해진 1200주년을 맞아, 대통령이 직접 완도에서 '청해진 정신'을 선포할 것을 소망한다. 당·신라·일본을 잇는 해상 중계무역을 주도하여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존공영을 이끌어낸 청해진 정신이야말로, 작금의 복잡한 동아시아 관계를 주도적으로 조율해 나가야 할 우리가 품어야 할 진정한 비전과 정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8년은 채 2년도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청해진 1200주년이 가지는 의미의 중대성을 인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심히 안타깝다. 성공적인 1200주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당장 올해인 2026년부터 3단계 로드맵을 차질 없이 밟아나가야 한다.
먼저 1단계로 올해 2026년에는 국가 차원의 기념사업 마스터플랜을 수립함과 동시에 미지근한 여론을 따뜻하게 데우는 '워밍업(warming-up)' 작업을 서서히 병행해 나가야 한다. 이어서 2단계인 2027년에는 마스터플랜에 따라 예산을 확보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사로 끌어올리는 '붐업(Boom-up)' 작업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인 2028년에는 5월 31일 제33회 바다의 날을 전후하여 청해진의 본향인 완도에서 성대한 청해진 1200주년 기념 본행사를 개최하고, 그 하이라이트로 대통령이 직접 '청해진 정신'을 공식 선포하는 역사적 장면을 연출해야 한다.
통합특별시 출범, 서남권 '해양 메가시티' 도약의 전기로
지난 7월 1일,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를 아우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정식 출범했다. 통합 과정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으나, 완벽한 준비를 마친 뒤에야 통합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통합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전격적인 출범이 불가피했던 만큼, 이제는 산적한 난제를 풀어나가려는 실천적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청해진 정신'을 나침반 삼아 1200주년 기념사업을 주도적으로 준비하면서 특별시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정교하게 가다듬어 가야 한다. 역사적으로 서해와 남해를 잇는 특별시의 바다는 한반도 해양 문명의 발상지이자 동아시아 해상 교통망의 핵심이었다. 이제 서남권 바다를 통하여 해양 문명의 옛 영광을 21세기의 방식으로 되살려야 한다.
그런데 최근 희망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돌파구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열렸다. 해남 솔라시도의 태양광발전과 신안 풍력발전의 인프라 건설로부터 나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개교 및 인공태양 연구시설 선정으로 이어지면서 서남권은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솔라시도 AI데이터센터 설립에 이어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계획 발표에 이르기까지 에너지와 AI 기반의 신산업단지로의 도약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마땅히 기후·에너지·AI·반도체를 아우르는 신산업 진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와 동시에 과거 글로벌 해양 관문이었던 역사적 위상을 재건해야만 특별시의 온전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청해진 1200주년을 계기로 서남권이 부산 중심의 동남권과 함께 대한민국 해양정책의 굳건한 두 축으로 자리매김되기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 제안을 덧붙이고자 한다.
먼저 가칭 '수산양식식품청'의 신설과 박람회 개최가 필요하다. 서남권은 국내 섬의 65%를 보유한 세계적 다도해이자 수산양식의 보고다.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차관급 전담 기관을 서남권에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이와 함께 서남권에서 가칭 '세계수산양식박람회'를 개최하여 수산양식업의 세계적 동향을 파악하고 그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동남권이 해양수산부를 기반으로 대양으로 나가는 대한민국의 '해양 수도'라면, 서남권은 다도해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대한민국의 '섬의 수도'가 되어야 한다.
또한 21세기 '해양 실크로드'의 관문항을 건설해야 한다. 동남권이 태평양과 북극항로의 관문이라면, 서남권은 전통적 해양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었다. 해양 실크로드란 한반도 서남권에서 시작하여 중국 동해안과 동남아, 인도, 서남아를 거쳐 유럽 지중해에 이르는 역대 문명의 항로였다. 해양 실크로드의 동력을 21세기에 걸맞게 되살리기 위해서는 다도해를 벗어나는 외곽의 어느 섬에 제대로 된 신외항을 건설하여 추진 배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옛 전라도 메가시티' 중심의 대통합 구상이 요구된다. 기초지자체 단위로 각자도생하는 것에 익숙한 폐쇄적 관행을 극복하면서, 한편으로는 새만금을 품은 전북과 해양 관광의 메카 제주도까지 아우르는 '옛 전라도'의 초광역적 해양 연대 구상이 필요하다. 이는 부울경 메가시티에 견줄 수 있는 국가 균형 발전의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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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은 서남권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시대정신이다. 다가오는 청해진 1200주년을 계기로, '최초의 해양 글로컬 성공 모델'을 재건하고 대통합과 도약의 거대한 물결을 일으켜 특별시민의 자긍심을 되살릴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역사작가 강봉룡(국립목포대 명예교수, 해상왕장보고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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