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 장기화…나프타 수급난
가루비, 일부 제품 '흑백 포장' 전환
이후 컬러 복귀 소식에 '한정판' 수요 급증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촉발한 원재료 공급난이 일본 식품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포장 비용 절감을 위해 도입된 '흑백 포장'은 불과 두 달 만에 일부 종료 수순에 들어갔지만 역설적으로 소비자 사이에서는 '사라지기 전 마지막 제품'으로 인식되며 품귀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나프타 부족이 바꾼 포장재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에 따르면 일본 제과업체 '가루비'는 지난 9일 '포테토칩스' 등 일부 제품의 포장재를 다시 컬러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미·이란 갈등 장기화로 불안정했던 나프타 수급이 다소 완화된 데 따른 것이다. 나프타는 비닐과 필름, 인쇄 잉크의 용제 및 수지 제조에 쓰이는 핵심 원료로, 포장 공정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앞서 가루비는 지난 5월 말 출고분부터 감자칩과 새우칩 등 14개 제품의 포장을 흑백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이는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원재료 부족 속에서도 공급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단계적 컬러 복귀…공급 안정 우선
가루비는 전면적인 복귀 대신 단계적 전환 방식을 택했다. 우선 오는 27일부터 시리얼 제품 '후루그라' 등 2종은 포장재를 양면 컬러로 되돌린다. 이어 다음 달부터는 '포테토칩스 순한 소금맛', '포테토칩스 콘소메 펀치맛', '갓파에비센' 등 6개 제품의 앞면만 컬러로 전환한다.
나머지 제품은 당분간 흑백 포장을 유지한다. 원재료 절약과 안정적 공급을 동시에 고려한 조치다. 회사 측은 "제품 정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면부터 컬러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한정판이니까 빨리 사두자" 난리
흥미로운 점은 컬러 복귀가 오히려 흑백 포장의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한정판이 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10봉지 더 살걸", "프리미엄이 붙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흑백 포장을 '역사적 한정판'으로 인식하며 구매를 서두르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이는 공급 제약이 오히려 희소성을 강화해 수요를 자극하는 전형적인 '리미티드 효과'로 풀이된다.
공급망 충격, 업계 전반 확산
이번 사례는 특정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제과업체 야마요시제과는 지난 3월 대표 제품 '와사비프' 생산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감자칩을 튀기는 보일러용 중유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당시 생산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일본 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해당 감자칩이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등 되팔이 움직임이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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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석유 파동' 트라우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거 경험이 소비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73년 석유 파동 당시 생필품 품귀 사태를 겪은 기억이 남아 있어, 공급 불안 조짐만으로도 사재기 심리가 빠르게 확산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동일본 대지진과 코로나19 시기에도 유사한 현상이 반복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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