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동 긴장 재고조에 원유 수급 긴급 점검…"7~8월 도입물량 100% 확보"
정유·해운업계와 긴급 점검회의 개최
"단기 수급 영향 제한적…대체물량 확보도 병행"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재점화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정부가 원유 수급 상황 점검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석유공사와 대한석유협회, 정유업계, 해운협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원유 수급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국제유가와 원유 수급 동향, 업계의 원유 확보 현황, 유조선 통항 상황 등을 점검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진정 국면을 보였던 중동 정세가 최근 다시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하고 통항 선박을 공격했으며, 미국은 이에 대응해 이란 군사시설을 공습하는 등 양측의 군사적 충돌이 다시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도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두바이유는 이달 초 배럴당 63달러대까지 떨어졌지만 종전 협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다시 70달러선을 넘어섰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같은 기간 상승세를 나타냈다. 원유를 달러화로 결제하는 국내 정유업계는 국제유가와 원유 프리미엄 상승에 원·달러 환율까지 오를 경우 원유 도입 비용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호르무즈 통항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다. 12일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남아 있는 한국 선박은 2척이다. 당초 이달 중순 이후 출항이 예상됐지만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현재 해협 안쪽에 있는 한국인 선원은 한국 선박 승선자 7명을 포함해 모두 17명이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머물던 한국 선박 26척 가운데 24척은 순차적으로 해협을 빠져나왔다.
정부는 합의 이후에도 해협의 안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국내 선사들에 신규 진입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선사들은 당분간 우회 항로인 홍해를 통한 원유 운송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13번째 한국 유조선이 홍해 항로를 이용해 국내로 원유를 운송 중이며, 앞서 홍해를 통과한 유조선들도 순차적으로 국내 항만에 입항해 원유 하역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현재까지는 국내 원유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가 확보한 7~8월 원유 도입 물량은 전년 대비 100% 이상으로 단기적인 공급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업계도 당장 원유 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도입 물량과 비축 물량이 충분해 당장 공급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다만 공급망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 변동성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유 도입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확정된 상황은 아니고 이 같은 긴장 국면은 지난 2~3월부터 반복돼 왔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도 국제유가가 과거처럼 크게 출렁이지 않는 것도 시장이 어느 정도 학습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에는 정유사들도 비상 대응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관계자는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국내 영향은 통상 1~2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봉쇄가 확정되는 순간부터 정유사들은 정제설비 가동률과 석유제품 생산량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서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는 운영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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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정부와 정유·해운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국민 생활에 불안이 없도록 원유 수급 동향을 철저히 모니터링해 달라"며 "중동 정세 불안이 상시화할 가능성에도 대비해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석유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어떠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안보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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