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공판서 검찰 공소사실 모두 인정
수사팀 증거인멸 혐의 비판 거세질 듯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미행해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장윤기(23)가 두 번째 재판에서 범행 목적이 성범죄였음을 시인했다. 체포 이후 줄곧 우발적 범행을 주장해온 피의자가 검찰의 압박과 물증 확보 끝에 강간살인 혐의를 자백한 것이다.
광주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이정호 부장판사)는 1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성폭행),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윤기에 대한 2차 공판을 심리했다.
이날 재판의 핵심 쟁점은 형량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강간 목적 살인'의 성립 여부였다. 장윤기 측 국선변호인은 첫 공판에서 입장 표명을 유보했던 이 혐의에 대해 "피고인과 충분히 상의한 결과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장윤기 본인도 변호인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짧게 "네"라고 답변하며 검찰이 제기한 모든 죄목을 시인했다.
장윤기 측은 첫 재판 당시 범행 정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미처 확인하지 못해 의견을 유보했다고 해명했으나, 이후 영상을 확인하고 지난 10일 성범죄 목적을 인정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장윤기가 피해자 고(故) 이채원 양(17)을 숨지게 하기 전 벌인 행적과 증거들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장윤기는 사건 이틀 전인 5월 3일,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20대 외국인 여성 A 씨의 주거지에 침입해 성폭행하고 13시간 동안 감금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이 여성에게 만남을 거절당하자 흉기를 든 채 찾아 헤맸고, 끝내 만나지 못하자 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던 이 양을 약 15분간 미행한 끝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군 복무 시절 중학생들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범행 장면이 담긴 화물차 블랙박스 영상의 경우 내용이 잔혹하고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검찰의 의견을 수용해 해당 증거 조사를 비공개로 전환해 심리했다. 이 영상에는 장윤기가 SUV 차량 뒷좌석 문을 열어둔 채 이 양의 목을 뒤에서 끌어안아 차량으로 납치하려고 시도하는 장면과 격렬한 저항에 부딪히자 흉기로 살해하는 과정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은 부실 수사 의혹의 중심에 서 있던 증거들을 추가로 신청하겠다고 예고했다. 범행 당일 초기 수사팀이 장윤기의 SUV 차량을 수색하며 촬영한 영상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조수석에서 발견된 길이 40㎝의 검정색 케이블타이는 성범죄를 목적으로 사전에 준비한 결박 도구"라고 강조했다. 또한 경찰이 실물을 압수하지 않고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부친에게 돌려줘 조각내 폐기됐던 자취방 내 '훼손된 리얼돌'의 국과수 유전자(DNA) 감식 보고서도 법정에 제출될 예정이다.
장윤기가 강간의 고의성을 법정에서 자백함에 따라, 이 증거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부친에게 반환해 멸실을 방조한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의 초동 부실 수사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실 수사를 지휘한 수사팀장 A 경감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전 광산서장과 형사과장 등 지휘부 고위직 다수가 피의자로 입건돼 사법 처리 절차를 밟고 있다. 여론이 악화하자 미국 출장 중 귀국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리는 피해자 유족을 찾아 사죄하고 후속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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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비공개 심리로 전환하기 전 다음 공판 기일을 오는 7월 24일 또는 27일경으로 예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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