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포함해 8건 상표 등록
무단 딥페이크에 연방법원 대응 카드
반발 속 장편 주연 꿰찬 'AI 배우'
日 성우들은 '공식 AI 목소리'로 대응

AI가 인간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를 정교하게 복제하고, 가상 배우가 영화 주연 자리까지 꿰차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배우와 성우들은 자신의 초상·음성이 동의 없이 학습되거나 콘텐츠에 활용되는 무단 저작권·퍼블리시티권 침해에 맞서 상표 등록과 소송, 공식 AI 음성 사업 등으로 대응에 나섰다.


AI가 창작의 새로운 도구인지, 인간 배우를 대체하고 권리를 침해하는 위협인지에 대한 논쟁도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생성형 AI가 배우와 성우의 얼굴·목소리를 손쉽게 재현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쟁점도 'AI를 사용할 것인가'에서 '누가 허락하고, 누가 통제하며, 누구에게 수익을 배분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로 잘 알려진 할리우드 배우 매튜 맥커너히. 아시아경제DB

영화 '인터스텔라'로 잘 알려진 할리우드 배우 매튜 맥커너히.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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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올해 1월께 영화 '인터스텔라'로 잘 알려진 할리우드 배우 매튜 맥커너히가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인공지능(AI)으로 무단 복제하는 행위에 맞서 이례적인 법적 방어선을 구축했다. 짧은 영상과 음성까지 상표로 등록하며 자신의 정체성 자체를 지식재산권으로 보호에 나선 것이다.

그는 미국 특허상표청(USPTO)으로부터 자신의 모습과 음성이 담긴 상표 8건을 승인받았다고 보도했다. 등록 대상에는 맥커너히가 현관 앞에 서 있는 7초짜리 영상, 크리스마스트리 앞에 앉아 카메라를 바라보는 3초짜리 영상이 포함됐다. 그의 데뷔작인 1993년 영화 '멍하고 혼돈스러운'에서 나온 유명 대사 "올라잇, 올라잇, 올라잇(Alright, alright, alright)"도 음성 상표로 등록됐다.


맥커너히 측이 상표 등록에 나선 것은 AI 앱이나 이용자가 그의 표정과 목소리를 허락 없이 복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맥커너히는 WSJ에 "내 목소리나 모습이 사용될 때는 내가 승인하고 동의한 결과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AI 시대에는 동의와 출처 표시가 원칙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맥커너히가 AI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AI 음성 기업 일레븐랩스의 투자자이며, 자신의 뉴스레터를 스페인어 음성으로 제작하는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금지보다 권리자의 사전 동의와 정당한 대가를 전제로 AI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AI는 배우 아니다" 반발에도…장편영화 주연까지

맥커너히가 이렇게 법적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할리우드에서는 AI 배우를 둘러싼 논란이 자리한다. 앞서 영국 AI 스튜디오 파티클6가 만든 가상 배우 '틸리 노우드'는 첫 장편영화 '미스얼라인드(Misaligned)'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영화는 디지털 세계 '틸리버스'를 배경으로, 클라우드에 존재하는 AI가 정체성과 자율성, 인간에 대한 욕망을 탐색하는 과정을 담은 코미디 드라마다.

AI 배우 틸리 노우드. 틸리 노우드 인스타그램

AI 배우 틸리 노우드. 틸리 노우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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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 노우드는 2025년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영화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인 SAG-AFTRA는 틸리를 "배우가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생성된 캐릭터"라고 규정했다. 수많은 전문 배우의 작업물이 허락이나 보상 없이 학습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특히 SAG-AFTRA는 AI 캐릭터가 인간의 경험이나 감정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인간 배우를 대체해 생계를 위협하고 예술적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제작자 엘린 반 데르 벨덴은 틸리가 인간 배우의 대체재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나 컴퓨터그래픽처럼 새로운 창작 도구라고 맞서고 있다.

日 성우는 직접 AI 사업…'해적판 목소리'에 정식으로 맞불

할리우드뿐 아니라 일본 성우업계에서는 AI 음성을 막기만 하기보다 권리자가 직접 관리하는 '공식 AI 목소리'를 시장에 공급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인기 성우 나미카와 다이스케가 14일부터 자신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AI 서비스 '폴리포니'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나미카와는 애니메이션 '루팡 3세'의 이시카와 고에몬과 영화 '스타워즈'의 아나킨 스카이워커 일본어 더빙 등으로 알려진 성우다. 나미카와 측은 일본 IT기업과 제휴해 1년 넘게 음성을 녹음하고 AI 모델을 개발했다.


'진격의 거인'의 주인공 에렌 예거 역으로 유명한 성우 카지 유우키도 자신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합성음성 소프트웨어와 AI 캐릭터 '소요기 프랙탈'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2026년 4월 관련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회사 '프랙탈'을 세우고 직접 대표를 맡았다. 프랙탈은 권리 보호가 보장된 기술만 사용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카지는 AI를 단순히 성우의 일자리를 빼앗는 기술로 보기보다, 인간의 표현과 결합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단 합성음성에 대한 법적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성우 쓰다 겐지로는 지난 5월 자신의 목소리를 생성형 AI로 모방한 영상의 삭제를 요구하며 틱톡 운영사를 상대로 도쿄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익명 계정이나 해외 플랫폼을 상대로 게시자를 특정하고 손해배상을 받아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 성우업계는 전자 워터마크와 성문 인증 기술을 이용해 정식 음성과 무단 합성음성을 구분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공식 AI 서비스에서 발생한 수익은 성우 본인과 소속사, 기술기업 등 권리자에게 배분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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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커너히의 상표 등록과 일본 성우들의 공식 AI 사업은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얼굴과 목소리를 AI 시대의 통제 가능한 자산으로 만들고, 권리자의 동의 없이 복제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AI 배우가 영화의 주연까지 맡는 시대가 현실이 되면서 논쟁의 초점은 기술의 사용 여부를 넘어섰다. 앞으로의 핵심은 AI가 누구의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이용을 누가 허락했는지, 창작의 수익과 책임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지가 될 전망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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