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스타, 신형 열차 55도 견디도록 편성
10대 중 1대 고장·지연, 선로 뒤틀림 발생
열기 탓에 선로·도로·전력 설비까지 문제
유럽이 해마다 독해지는 폭염에 시달리는 가운데, 다국적 고속철도 유로스타가 섭씨 55도에도 끄떡없는 새 열차를 들이기로 했다.
연합뉴스는 1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매체 NL타임스 등을 인용해 "유로스타가 최근 발주한 최대 50편성의 신형 열차에 대해 내열 기준을 당초 45도에서 사우디아라비아급인 55도까지 견디도록 높여 달라고 제작사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맺은 계약에는 최종 발주를 확정하기 전까지 내열 성능 기준을 바꿀 수 있는 조항이 담겨 있었다.
유로스타는 영국 해협 해저터널을 통해 영국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등 서유럽 본토를 잇는 회사다. 지난해 약 20억유로(약 3조4000억원)를 들여 프랑스 철도차량 업체 알스톰에 신형 열차를 주문했으며, 이번 사양 변경은 주로 냉방장치에 쓰이는 소재에 영향을 준다. 유로스타 측은 "신형 열차가 오는 2031년 운행을 시작해 2060년대까지 30년 넘게 달릴 예정인 만큼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폭염이 열차 운행에 미치는 타격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그웬돌린 카즈나브 유로스타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폭염으로 유로스타 열차 10대 중 1대꼴로 고장이나 지연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나 겪을 법한 더위에 대비하고 있다"며 "올해 폭염은 그 어느 때보다 일찍 찾아와 더 오래, 더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서유럽 곳곳의 기온이 40도까지 치솟았을 당시에도 냉방 고장 등으로 여러 열차가 중간에 멈춰 서거나 운행이 취소됐고, 벨기에에서는 냉방이 끊긴 채 멈춰 선 열차 안에 승객들이 2시간 넘게 갇혔었다.
폭염은 선로와 도로 같은 기반시설도 무너뜨리고 있다. 카즈나브 CEO는 열을 받은 선로가 휘어지는 현상을 특히 까다로운 문제로 꼽았다. 철제 선로는 햇빛을 흡수해 주변 공기보다 20도가량 더 뜨거워지며, 이렇게 팽창한 선로는 뒤틀리기 쉽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선로가 팽창하면서 장거리·지역 노선의 운행이 대거 취소되고 긴급 보수가 이어졌으며, 여러 나라는 늘어난 선로에 실리는 부담을 줄이려 속도를 낮춰 운행했다.
선로뿐 아니라 도로와 전력 설비도 열기에 무너지고 있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에 따르면 최근 서유럽 폭염으로 벨기에와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 신호기와 전력 케이블이 과열돼 녹아내렸고, 독일과 스웨덴, 영국 등에서는 도로 아스팔트가 물러지고 갈라지는 피해가 잇따랐다.
서유럽은 지난 5월 하순 1차, 지난달 하순 2차 폭염을 겪은 데 이어 지난주 곳곳의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며 3차 폭염에 진입했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유럽은 1980년대 이후 전 지구 평균의 2배 속도로 더워지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뜨거워지는 대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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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다. 각국 기관 집계를 종합하면 지난달 말 이후 유럽 전역에서 폭염에 따른 초과 사망이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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