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덮친 폭염에 유니클로 일부 매장 폐쇄
패스트리테일링 CFO "소비자들 외출 안해"
그렉스·M&S·H&M도 라인업 조정 등 비상

유니클로 매장 앞.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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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이 유럽 전역을 강타하면서 유통업계의 기존 상식이 흔들리고 있다. 기온 상승이 곧 의류 판매 증가로 이어진다는 공식이 무너지고, 외출 자제로 인한 소비 감소와 매장 운영 차질이라는 역설적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기후 리스크가 단순한 계절 변수를 넘어 기업 경영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워서 못 나간다"…수요 공식 붕괴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SPA 브랜드 유니클로의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은 유럽 폭염으로 인해 일부 매장의 영업을 일시 중단하거나 단축했다. 회사는 리넨 셔츠와 기능성 의류 등 여름 상품 판매 확대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기록적인 고온으로 소비자들이 외출 자체를 꺼리면서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무더위에 양산 대신 우산 쓴 런던 관광객. AP연합뉴스

무더위에 양산 대신 우산 쓴 런던 관광객.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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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분기 실적 발표에서 "유럽 도시의 냉방 시스템은 이 정도 폭염을 고려해 설계되지 않았고, 매장 내부가 일시적으로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며 "이 기간에 영업을 할 수 없었던 매장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유통·인프라 동시 충격

폭염의 충격은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영국 대형 베이커리 체인인 그렉스(Greggs)는 무더위 여파로 인해 영국 내 11개 매장을 이틀간 전면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영국의 대표 유통기업인 막스앤드스펜서(M&S) 또한 고온으로 인해 일부 매장의 냉장 설비가 고장 나는 사태를 겪은 후, 향후 최고기온이 섭씨 45도까지 치솟는 극한 상황을 가정한 비상 대응 계획을 수립 중이다. 유니클로의 강력한 글로벌 경쟁사인 H&M 역시 더운 날씨가 장기화하는 기후 변동 추세를 반영해 의류 상품 구성과 마케팅 일정을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프라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 고속철도 운영사인 유로스타(Eurostar)는 향후 도입할 신규 열차가 기존의 설계 기준인 섭씨 45도를 넘어 최대 55도의 가혹한 환경에서도 중단 없이 운행할 수 있도록 내열 설계를 적용할 방침이다. 반복되는 폭염이 철도 선로와 전력 공급망에 가하는 물리적 부담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유니클로, 공급망·제품 전략 전면 재편

기후 리스크가 일시적인 기상 이변을 넘어 경영 변수로 떠오르자, 패스트리테일링은 전격적인 공급망 및 매장 인프라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폭염 등으로 매장이 일시 폐쇄되더라도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는 물류·운영 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다.


프랑스 니스의 분수대에서 노는 어린이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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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유럽 매장의 냉방 인프라 점검과 확충을 진행하고, 고온 환경에서도 착용 가능한 기능성 의류 개발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기후 변화가 단순 비용 요인을 넘어 제품 전략까지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적은 성장…"위기 속 기회"

흥미로운 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럽의 이러한 고온 현상이 유니클로에게 새로운 시장 선점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는 것이다. 유니클로는 본래 일본 특유의 습하고 무더운 여름 기후를 극복하기 위해 통기성이 뛰어나고 얇은 기능성 소재(에어리즘 등) 개발에 강점을 보여왔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서유럽 대륙이 점차 아열대화되면서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기능성 의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패스트리테일링의 글로벌 전체 성적표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지난 5월 말 종료된 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 조사 결과, 패스트리테일링의 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1% 급증한 1467억엔(약 1조3640억원)을 달성했다. 유럽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매장 출점 효과가 본격화된 데다 글로벌 전역에서 해외 사업 부문이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한 덕분이다. 이에 힘입어 회사는 올해 회계연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7000억엔에서 7300억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유니클로 매장 앞. 유니클로

유니클로 매장 앞. 유니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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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는 3조9700억엔(약 36조8555억원)으로 제시됐다. 이 목표치를 무난히 달성할 경우 패스트리테일링은 스웨덴의 H&M을 제치고, 세계 최대 패션 유통업체인 자라(Zara)의 모기업 인디텍스(Inditex)에 이어 글로벌 패션 브랜드 업계 2위 자리에 확고히 안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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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유럽이 유니클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으나 향후 반복될 기후 위기가 기업들의 미래 투자 방향과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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