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권 챙기러 美 향한 K메모리 총수들…'AI 거품론' 정면 반박[Why&Next]
최태원 "사이클 과거와 다르다"
美 반도체, AI 수백억 투자 시사
이재용도 美 향해 세일즈 행보
업계 "수요는 계속, 3년 뒤 고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뉴욕에서 메모리 반도체 고점론과 인공지능(AI) 거품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같은 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미국 아이다호에서 애플과 오픈AI 등 고객사 최고경영진과 마주 앉았다. 시장 일각에서 호황의 끝을 점치는 국면에 정작 공급자인 두 총수는 수요를 더 확보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한 셈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념식 이후 기자간담회와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반도체 수요 증가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0개월 넘긴 호황…최태원 '반도체 사이클 달라졌다'
최 회장은 반도체 산업 특유의 사이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수요 증가 속도가 공급능력 확대 속도를 크게 앞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팹을 짓고 웨이퍼 생산을 늘리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데다 전력과 용수 부지 등 인프라 병목으로 공급을 단기간에 확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증권가와 업계 일각에서는 메모리 호황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계속돼 왔다. 현재의 글로벌 반도체 경기 확장 국면은 2023년 3월 이후 40개월 넘게 이어지며 2000년 이후 과거 호황기의 평균 지속 기간인 29개월을 넘어섰다.
최태원 SK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등 관계자들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위치한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념 '오프닝벨' 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SK하이닉스 유튜브 캡처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메모리 업체들은 최대 2030년대까지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내년은 업계 역사상 공급이 가장 부족한 시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2030년대까지도 수요가 생산능력을 웃도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미국 반도체 생산시설과 AI 관련 투자 확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재용, 수요처 직접 공략…HBM·파운드리 동시 세일즈
SK가 장기 수요 확대에 무게를 두고 투자를 예고했다면 삼성전자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고객사를 직접 만나 수요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7일 출국해 아이다호에서 열린 선밸리 콘퍼런스에 2년 연속 참석했다. 앨런앤드컴퍼니가 주최하는 이 행사에는 애플과 아마존, 오픈AI 등 글로벌 IT 기업 경영진이 참석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총괄하는 한진만 사장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빅테크 경영진을 상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공급 확대뿐 아니라 첨단 파운드리 수주를 위한 세일즈 외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달 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는 방안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이 성사되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들어갈 HBM 공급과 파운드리 협력, 국내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삼성전자로서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칩과 AI 반도체 기업 그록(Groq)의 언어처리장치(LPU)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호황 지속 전망 우세, "2~3년 뒤가 고비" 반론도
한국은행은 반도체 경기가 단기 사이클을 넘어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지난 9일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AI 활용영역(에이전틱·피지컬 AI 등) 관련 인프라 투자 확대로 상당 기간 확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AI 수익성 우려에 따른 금융시장 조정과 에너지 병목 등은 하방 리스크로 지목했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지금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시기"라며 "향후 3~4년은 인프라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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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 국면이 이어진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 끝을 예견하는 시각은 갈린다. 이창한 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반도체 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 투자가 너무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지금 주문한 AI 데이터센터 물량이 전부 완공되는 시점이 대략 2~3년 후인데 이 물량이 다 지어지고 나면 수요가 뚝 떨어지면서 상당한 수준의 가격 폭락이나 침체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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