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표적 목록 갱신 중"…추가 타격 예고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싸고 공격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 미국은 이란의 상선 공격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 일대 군사시설 140곳을 타격했고, 이란은 해협 폐쇄를 선언한 뒤 카타르와 쿠웨이트, 요르단 등 중동 내 미군기지를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군은 전투기와 무인기, 군함에서 정밀유도무기를 발사해 이란 내 군사 목표물 140곳을 공격했다. 미국이 최근 일주일 사이 이란을 공습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미군의 이번 공격은 앞선 공습보다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공격 대상에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레이더와 미사일 발사대, 미사일·드론 저장시설 등 이란이 상선을 공격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군사시설이 포함됐다.
미 중부사령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선 공격 능력을 약화하기 위한 추가 공습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란은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이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공습은 이란군이 키프로스 선적 컨테이너선 'GFS 갤럭시'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한 데 대한 대응이다. 공격으로 선박 기관실이 파손되고 선내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민간인 선원 1명이 실종됐다. 선박은 상당한 피해를 입어 항해를 계속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해당 선박이 이란의 허가를 받지 않은 항로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 해 경고 사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국영 IRIB는 혁명수비대가 다른 화물선에도 경고 사격을 가해 운항을 중단시켰다고 보도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추후 통보가 있을 때까지" 폐쇄한다고 선언했다. 외국의 개입이 끝날 때까지 어떤 선박의 통항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미국이 오만 연안 남쪽 항로를 개방하고 상선 운항을 지원하는 것을 자국의 해협 통제권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다국적 해상 감시기구인 합동해양정보센터(JMIC)는 오만 연안의 남쪽 항로가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JMIC는 해협 내 가시적인 선박 운항이 거의 중단된 상태라면서도 공식적인 통항 자체는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해상 안보 위협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미국의 공습에 맞서 중동 지역 미군기지와 미국 동맹국을 겨냥한 보복 공격을 단행했다. 이란군은 카타르와 쿠웨이트, 요르단, 바레인, 오만 등을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요르단의 프린스 하산 공군기지 내 미군 지휘통제시설과 드론 격납고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요르단 정부는 미사일 3발이 자국을 향해 날아왔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카타르에서는 이란 미사일이 요격되는 과정에서 떨어진 파편으로 3명이 다쳤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혁명수비대가 미군의 중동 최대 기지 중 하나인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규군은 쿠웨이트 내 미군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포대와 탄약고, 레이더 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바레인에 있는 미군 통신·레이더 시설과 오만 두큼항의 미 해군 군수지원시설 및 항공모함 급유시설도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중대한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카타르의 부상자 3명 외에는 대부분 미사일과 드론이 요격됐으며, 피해도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지난달 체결된 60일간의 잠정 휴전 합의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양국은 당시 전쟁을 중단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한편, 이란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 등 쟁점을 협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통제 방식을 놓고 양측의 해석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미국은 이란이 모든 항로를 상선에 개방하고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본다. 반면 이란 강경파와 혁명수비대는 잠정 합의가 이란에 선박 통항을 관리할 권한을 부여했다고 주장해왔다.
이란은 선박들이 자국이 승인한 항로만 이용하도록 요구하고, 해협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협 통제권을 미국의 제재 완화와 중동 주둔 미군 감축을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미국은 이란의 해협 통제력을 약화해야 핵 프로그램 제한 등 본격적인 협상에서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이란이 해협 개방과 상선 안전 통항을 공개적으로 보장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행정부 내부에서는 핵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한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WSJ는 이란 협상팀이 대화 재개를 모색하고 있지만 혁명수비대가 반복적으로 상선을 공격하며 협상을 훼손하고 있다는 게 미국 당국자들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오만을 방문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논의했지만 미국 고위급 특사의 참여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은 미국이 제재 완화와 원유 수출 정상화 등 기존 합의상 의무를 먼저 이행해야 추가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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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해상 운송량의 약 20%가 지나던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미국과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놓고 물러서지 않으면서 군사 충돌뿐 아니라 국제유가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불확실성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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