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중반 성장 추세선 변곡"…정책·AI 반도체 사이클 맞물려
"제조업은 엔진, 자본시장은 변속기…생산 성과 국민자산으로"
"저출생·가계부채·반도체 의존은 과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국 경제가 단순한 반도체 경기 반등을 넘어 일본식 장기 저성장 경로에서 이탈하는 구조적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진단을 내놨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정부 산업정책이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고, 자본시장 개혁이 그 성과를 국민 자산과 미래 투자로 순환시키면서 성장의 장기 추세선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남권 산업단지 후보지 항공시찰 중 김용범 정책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6.6.30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남권 산업단지 후보지 항공시찰 중 김용범 정책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6.6.3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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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은 12일 페이스북에 '바이바이 동아시아 정체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국은 더 이상 과거의 추세선 위에 있지 않다"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성장 경로에 이미 들어섰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2022~2024년을 반도체 불황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 정치적 혼란이 겹치며 '피크 코리아론'이 확산한 시기로 규정한 뒤 "2025년 중반을 전후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수습되고 정책 방향이 정리되는 동시에 메모리 수요와 데이터센터 투자, 첨단 패키징, 전력 인프라 확충이 맞물리며 추세선이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정책과 산업 사이클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도 주목했다. 김 실장은 "경제사에서 정책과 산업 사이클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기는 드물다"며 "2025년 하반기의 한국은 두 힘이 서로를 증폭시키는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도 이런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IMF는 7월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성장률을 올해 2.6%, 내년 2.5%로 예상했다. 지난 4월 전망보다 각각 0.7%포인트, 0.4%포인트 높인 수치다.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2.3%, 일본은 0.6%, 유로존은 0.9%다. IMF는 중동발 에너지 충격에도 강한 반도체 외부 수요가 이를 압도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 실장은 주식시장의 질문이 달라진 점도 짚었다. 그는 "2023~2024년 시장이 던진 질문은 '한국은 끝났는가'였다면 지금의 질문은 '반도체 사이클은 언제 피크아웃하는가'"라며 "국가의 운명을 걱정하던 논쟁이 산업 사이클의 지속 기간을 논하는 단계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반전은 반도체 호황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축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생산능력 자체를 높이는 산업정책으로, 상법 개정과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확대, 자사주 제도 개편, 국민성장펀드와 생산적 금융은 생산의 성과를 기업가치와 국민자산, 미래 투자로 연결하는 자본시장 정책으로 규정했다.


김 실장은 "제조업이 엔진이라면 자본시장은 변속기"라며 "강한 제조업 위에 강한 자본시장이라는 새로운 성장축을 얹으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생산과 수출이 늘어도 그 성과가 주주와 국민 자산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야 경제 전체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참고할 사례로 대만을 꼽으면서 기축통화나 거대한 내수시장 없이도 AI 공급망의 대체 불가능한 반도체 거점을 확보해 높은 성장세를 달성했지만 수출과 기업이익의 증가가 소비와 비(非)IT 산업, 국민 자산으로 충분히 확산하지 않으면 'K자형 성장'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일본과 중국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구조전환의 길을 걷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기업지배구조와 밸류업 개혁에서 성과를 냈지만 금리 정상화와 막대한 정부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고, 중국은 부동산 중심 모델을 축소하고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이동하는 국가 주도 전환을 이어가고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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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은 저출생·고령화와 가계부채, 원화의 낮은 국제적 위상, 반도체·AI 의존 등 구조적 위험이 여전하다는 점도 인정하면서도 "한국은 일본의 길을 가장 충실히 따라온 나라에서 그 길을 가장 먼저 벗어나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며 "2025년은 높은 성장률의 해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장기 추세선이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 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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