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발견…금화·금 장신구 등 출토
모로코서 암스테르담 향하던 상선으로 확인

30여 년 전 발견된 '보물선'의 정체가 마침내 밝혀졌다. 난파선에서 금화와 각종 귀중품이 쏟아져 나왔지만 배의 이름과 출처는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는데, 최근 중세의 문헌이 발견되면서 수수께끼가 풀린 것이다.


대영박물관은 최근 공개한 온라인 자료를 통해 독립 역사학자 이언 프리엘이 영국 데번주 살콤만에서 발견된 난파선의 정체를 밝혀냈다고 소개했다.

이 난파선은 1995년 영국 남부 해안 살콤만 해저에서 발견됐다. 당시 모래 아래에서는 모로코 사드 왕조 시대 금화 400여개를 비롯해 금 장신구와 금괴, 네덜란드산 주석 식기, 도자기, 대포, 닻 등이 대거 발견됐다. 붉은 도기 항아리에서는 수백년 동안 보존된 알약까지 출토됐다. 특히 이슬람권 금화가 이처럼 대규모로 발견된 사례는 드문 성과로 평가된다.


영국 남부 해안 살콤만 바다 밑에서 1995년 발견된 난파선에 실려 있던 유물. 대영박물관

영국 남부 해안 살콤만 바다 밑에서 1995년 발견된 난파선에 실려 있던 유물. 대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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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체가 대부분 사라져서 배의 이름이나 국적, 항해 경로를 확인할 단서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이에 대영박물관과 본머스대학교, 영국 남서부 해양고고학그룹은 출토된 화물을 바탕으로 장기간 공동 연구를 이어왔다.

첫 번째 단서는 금화였다. 연구진은 모로코산 금화 가운데 가장 최근에 주조된 것이 1632년 제작된 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통해 난파 시점이 최소 1632년 이후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이 금화가 침몰 시기를 특정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리엘이 영국 국립문서보관소에서 찾아낸 1633년 해사고등법원 소송 기록이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문서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상인들이 모로코에서 출발해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던 도중 영국 해안에서 침몰한 상선 '돔 판 쾰런(Dom van Keulen)호'의 화물 소유권을 주장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기록에는 이 배가 모로코 금화 약 9000개와 아라비아고무, 초석, 염소 가죽 등을 싣고 항해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당시 선원들은 거센 폭풍을 만나 값비싼 화물을 남겨둔 채 배를 버리고 탈출했다고 증언했다.


영국 남부 해안 살콤만 바다 밑에서 1995년 발견된 난파선에 실려 있던 유물. 대영박물관

영국 남부 해안 살콤만 바다 밑에서 1995년 발견된 난파선에 실려 있던 유물. 대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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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시기와 장소, 모로코산 금화와 네덜란드산 유물 등 난파선에서 발견된 유물이 문헌 기록과 정확히 일치하면서 연구진은 이 난파선이 돔 판 쾰런호라고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1995년 발견된 금화들이 당시 인양되지 못한 화물의 일부로 보고 있다.


대영박물관은 이번 연구가 단순히 보물선의 정체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17세기 모로코와 네덜란드, 영국을 연결한 국제 무역망과 북아프리카 금 거래의 실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이며, 사드 왕조 시대 경제와 해상 교역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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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대영박물관 출판부가 최근 출간한 학술서 '모로코에서 영국 해안까지: 돔 판 쾰런호와 놀라운 화물의 이야기'를 통해 상세히 공개됐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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