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성 평가' 없이 대회 열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 적용

폭염 속에서 제대로 된 안전 대책 없이 부대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가 20대 병사의 열사병 사망을 초래한 군 책임자들이 검찰에 송치됐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육군 8사단 사단장 등 군 책임자 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6·25 전쟁의 영천대첩 승리를 기념하자는 취지로 승전일인 9월13일 전후로 9.13㎞를 달리는 대회를 기획하면서 관리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다.

경기북부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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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예하 여단의 입대 4개월 차 취사병 A 일병은 해당 대회에 참가했다가 열사병에 의한 장기 손상 등으로 숨졌다. 대회가 열린 지난해 9월5일 현장 최고 기온은 31도까지 올랐고, 전날 비가 내려 습도도 70%에 달했다. A 일병은 8km 부근까지 힘겹게 뛰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수사 결과 대회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과정에 심각한 부실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특히 군에서 훈련이나 작전 수행 시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는 '위험성 평가'가 없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위험성 평가 대신 사단에서는 응급의료 '지원 태세 강구', '기초체력 유사한 전우조 편성', '점진적 연습' 등 형식적 수준의 지침을 예하 부대로 하달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대상자가 9km를 뛸만한 체력과 경험이 있는지 평가하는 절차가 없었으며, 대회 직전 하달돼 시간 관계상 '점진적 연습'은 이뤄지기 어려웠다.

현장에서도 의료 부실이 발생했다. 대회 당일 부대 군의관은 당직 근무로 인한 비번을 이유로 현장에 없었으며 간호장교는 대회 참가자로 달리고 있었다. 쓰러진 A 일병은 의료 장비가 구비된 119나 병원 앰뷸런스가 아닌 현장 인근에 있던 군 코란도 차량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더구나 처음에 간 병원에서 열사병 치료가 어려워 2차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쳤다.


해당 사건은 군 수사기관을 거쳐 경찰로 이첩됐다. 군 당국은 영관급 1명, 위관급 1명 등 지휘관 2명을 경찰에 이첩했으나, 행사를 기획하고 지시를 하달한 사단장 등 윗선 지휘관은 입건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됐다. 이에 유가족들은 사단장, A 일병과 함께 달린 선임병사, 부사관을 직접 고소했다. 사건을 이어받은 경찰은 사단장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총 4명을 송치했다. 다만 선임병사와 부사관은 행사 관련 책임, 권한을 갖고 있지도 않았고 사고 당시에도 법적으로 문제 될만한 조치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불송치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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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연합뉴스에 "함께 달린 선임자들의 영향으로 피해자가 체력의 한계에도 달리기를 멈추지 못했을 것인데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하니 유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A 일병의 죽음은 개인의 불운이 아닌, 안전을 도외시한 채 성과주의에 매몰된 지휘부의 명백한 책임"이라며 "향후 진행될 법적 절차를 통해 무능한 지휘관과 책임자들을 일벌백계하고, 다시는 국가의 부름을 받은 청년들이 허망하게 희생되는 비극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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