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AI 수요, 공급 확대 속도 앞질러…메모리 산업 구조적 변화"
미국 투자 중요 조건은 전력·용수·부지
AI가 메모리 산업 구조 바꿔
"과거보다 10배 빨리 움직여야"
고객사 메모리 공급 확대 요청
미국 투자, 정치 아닌 고객 수요로 결정
중국 추격 빨라져…위협 느낄 땐 늦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구조적 변화가 일어났다고 진단했다. AI 학습과 서비스 이용이 늘면서 저장해야 할 데이터가 급증해, 메모리 수요가 공급 확대 속도를 지속해서 앞지르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설명이다. 또 미국을 비롯한 해외 팹 투자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 회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특파원 기자간담회에서 "구조적인 변화는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며 "과거와 똑같은 사이클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은 확실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 산업의 업황 사이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AI 확산으로 수요와 공급 간 격차가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사이클은 결국 수요와 공급의 문제"라면서 "지금은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무지하게 크고, 수요가 자라는 속도가 우리가 공급을 늘리는 속도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 방문에 앞서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고객사들로부터 공통적으로 '얼마의 메모리를 어떻게 받을 수 있느냐', '생산량을 어떻게 늘려 공급할 것이냐', '장기적으로 어떻게 공급할 것이냐' 등의 질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고객사가 메모리 미래 수요 전망에 동의하고 있다"며 "제가 생각하는 메모리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 회장은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SK하이닉스의 투자와 사업 실행 속도를 대폭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AI 시대의 특수한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규모를 키우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이런 행동을 했지만 이제는 과거보다 10배 빠르게 해야 한다"며 "그것이 지금 가장 어려운 숙제"라고 강조했다.
공급 확대를 서두르지 않으면 AI 외 전통 반도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최 회장은 "이걸 빨리 하지 않으면 반도체 시장이 죽는다"며 "반도체 시장에는 AI 쪽만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와 자동차 등 전통 산업에서는 칩 가격이 너무 비싸지면 제품을 만들 수도 없고 사지도 못한다"며 "칩을 구하지 못하면 시장이 쪼그라드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 방식과 관련해서는 무리한 차입이나 자체 자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과거보다 자본 부담이 작은 모델로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 회장은 "투자를 위해 무리하게 차입하거나 자체 자금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과거보다 훨씬 더 가벼운 모델로 공급을 계속 늘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생산시설 투자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 회장은 "조건에 맞는 장소가 있다면 미국이든 전 세계 어디든 상관없다"며 "지금은 어떻게든 공급을 늘려야 하는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팹 건설의 핵심 조건으로는 전력과 용수, 대규모 부지를 제시했다. 최근 메모리 팹은 단일 공장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 단지로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기반시설을 확보한 장소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메모리 팹을 지으려면 가장 큰 조건이 전력과 용수"라며 "이제는 팹 한 개씩 짓는 규모가 아니라 상당히 대규모 단지로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 팹 건설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미국에 오면 미국도 검토하고 일본에 가면 일본도 검토하는 것"이라며 "검토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꼭 짓겠다고 얘기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 팹 검토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에도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모든 정치적 사안을 선거나 임기에 맞춰 결정하는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며 "가장 큰 시장이 미국에 있고 미국 고객들로부터 상당한 매출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은 공급의 지속 가능성과 안정성을 원한다"며 "고객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 투자가 서로 대체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국에 최대한 투자한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덜 짓고 미국으로 옮기는 식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며 "우리는 더 많은 공급 용량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 반도체 업체의 추격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위협을 느낄 때면 이미 늦은 상황"이라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중국 업체들도 AI 시장 덕분에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전환하고, 기업공개를 통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선제 투자 여건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에게만 좋은 환경이 아니다"며 "중국 업체들의 추격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있다는 점을 각오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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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나스닥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대해서는 글로벌 자본시장 접근성과 투자 선택지가 확대된다는 데 의미를 뒀다. 최 회장은 "ADR을 통해 글로벌 자본시장에 접근하고 더 많은 사람이 SK하이닉스를 인식하게 된다"며 "재무적 투자자와 금융 파트너가 다양해져 미래 투자를 더 성공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주식의 파이를 쪼개 미국으로 가져온 것이 아니다"며 "ADR을 통해 전체 파이를 늘렸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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