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친 줄 몰랐다" 주장
블랙박스 담긴 음성이 증거

음주운전을 말리던 시민을 차량으로 들이받고도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운전자가 차량 블랙박스에 담긴 음성 등으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전주지법 형사6단독(김현지 판사)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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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9월 6일 오후 8시47분께 전북 무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면허 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114%의 음주 상태로 차를 후진하다가 뒤에 서 있던 보행자 B씨를 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차에 치여 무릎과 발을 다친 B씨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면서 주차장을 떠났다. B씨는 이 사고로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도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에게 형법상 '상해'에 해당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설령 상해가 있었다고 해도 피고인에게는 (피해자를 쳤다는) 인식이 없어 도주의 고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의 차량 블랙박스에는 그의 주장과 전혀 다른 영상과 음성이 담겨 있었다.

법원이 확인한 블랙박스 후면 영상에는 사고 당시 차량이 보행자 등과 가까워질 때 나는 '삐! 삐!' 경고음이 계속 울렸다. 이에 더해 A씨는 음주운전을 의심한 B씨가 차량 가까이 다가오자 "저 양반 웃기는 사람이네", "뭐 하는 거야, 지금" 등 사람이 뒤에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는 발언을 하면서도 계속 주차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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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해자는 '음주운전 한 피고인이 자기를 치고 도망갔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이는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도 부합해 신빙성이 있다"며 "피해자가 촬영한 상처 사진 등 부상 정도에 비춰보면 피고인은 사고 이후 구호 등 적절한 조처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은 음주운전을 말리는 피해자를 치고 도주까지 했으면서 반성하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혐의를 부인해 죄질이 불량하다"면서도 "다만 피해자의 상해가 비교적 중하지 않고 피고인의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돼 피해 보상이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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