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로 가는 길④] "AI 왜 써야 하죠?"…제조AI 막는 건 돈보다 ‘인식’
AI 안 쓰는 기업 10곳 중 8곳…"필요성 못 느껴"
AI 도입기업은 효과 체감…미도입 기업과 인식 격차
M.AX 성패, 기술보다 현장 인식 전환에 달려
"품목이 너무 다양해 인공지능(AI)을 학습시켜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학습 비용도 부담이다. 생산라인 자체에는 한계가 뚜렷하고, 그나마 품질검사 정도가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본다."(중견 바이오기업)
"회사 공정에는 수작업이 필요한 공정이 있어 AI 도입이 어렵다. 공정 변수가 많은 영역도 AI 적용이 어렵다고 본다."(이차전지 중소기업)
정부가 제조업 AI 전환 전략인 'M.AX(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를 산업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제조현장의 현실은 아직 출발선에 머물러 있다. 기업들이 AI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비용이나 기술 부족보다 "왜 AI를 도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인식에 더 가까웠다.
첨단제조업 1200여곳 중 80% "AI 미도입"
10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한국AI사물인터넷협회와 매트릭스알앤씨에 의뢰해 실시한 '제조현장 AI 도입 현황조사'에 따르면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방산·로봇·첨단모빌리티 등 7대 첨단 제조업 분야 1212개 기업 가운데 AI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은 960곳(79.2%)에 달했다. 이 가운데 향후 도입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도 18.6%에 그쳤다. 정부가 제조업 AI 전환을 국가 산업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과는 상당한 온도 차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AI 미도입 이유다. 일반적으로는 투자비 부담이나 전문인력 부족이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힐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다. AI를 도입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도입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으로 37.4%를 차지했다. 이어 '현재 사업모델과 적합성이 낮다'(20.6%), '도입 우선순위가 아니다'(17.9%), '예산 부족'(17.7%), '기술·인프라 부족'(14.2%), '투자 대비 효과가 불확실하다'(9.7%) 순이었다.
"돈 든다" < "필요성 못느껴서" 2배
예산 부족보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이 두 배 이상 많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조업 AI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 자금이 아니라 현장의 인식이라는 의미다. 정부가 보조금을 확대하고 AI 기술을 공급하더라도 기업들이 이를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필수 투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중견 방산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그동안의 의사결정 스타일을 우선순위로 보면, 첫째로 도입 효과가 반드시 검증돼야 한다. 어떠한 설비를 도입하거나 공사를 진행하든, 도입 효과가 검증되지 않으면 추진을 잘 하지 않는다.경영진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해당 도입으로 원(原) 단위가 얼마나 감소되고 에너지·인건비 측면에서 얼마나 향상되는지를 먼저 고려해야한다. 그 다음 순서가 비용 부담 해소이며, 전문 인력 확보가 그 뒤를 잇는 형태다."
반면 이미 AI를 도입한 기업들은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 효과를 분명하게 체감하고 있었다. AI 도입 이후 변화에 대한 5점 척도 평가에서 생산성 향상이 3.94점으로 가장 높았고, 전반적인 경쟁력 향상(3.87점), 인력 부담 완화(3.84점)가 뒤를 이었다. 향상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도 생산성이 개선됐다는 응답이 78.6%로 가장 높았으며, 경쟁력 향상(73.4%), 인력 부담 완화(72.6%) 순으로 나타났다. 즉 AI를 경험한 기업은 효과를 체감하고 있지만, 도입하지 않은 기업은 여전히 필요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제조 AI 정책도 이제는 기술 보급을 넘어 현장 확산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검증된 AI 모델을 다양한 제조기업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실증을 확대하고, 생산성 향상 사례를 업계 전반으로 확산해 AI의 효과를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AI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들이 '왜 AI를 써야 하는가'를 납득할 수 있는 성공 사례를 얼마나 많이 만들어 내느냐가 제조업 AI 확산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험해야 안다" 성공사례 확산 필요
보고서는 제조혁신 정책의 방향도 '설비 구축'에서 '활용 역량 확보'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AI 개발 인력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생산공정을 이해하면서 AI를 공정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재직자 교육과 현장 중심의 AI 활용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AI 도입 기업들도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도입 비용 및 세제 지원(59.5%)과 함께 AI 전문인력 양성 및 재직자 교육 지원(20.2%)을 꼽았다.
정부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올해 M.AX를 제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고 AI 실증 확대, 제조 AI 전문기업 육성, 재직자 중심 AI 교육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AI를 개발하는 국가가 아니라 제조현장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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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T 관계자도 "AI를 이미 도입한 기업들은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 효과를 체감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기업은 AI를 '남의 이야기'로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앞으로는 검증된 성공 사례를 같은 업종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현장 실증과 컨설팅을 통해 기업들이 AI 효과를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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