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회식 때 자신있게 외칠래"…2초에 1개씩 '순삭' 요즘 술판 뒤집혔다[지금사는방식]
주류 출고량 4년째 감소세
무알코올·저도주만 '역성장'
취함보다 맛·분위기 소비 흐름
주류업계 최대 성수기인 여름이 돌아왔지만 시장의 풍경은 예년과 확연히 달라졌다. 술을 마시지 않거나 줄이는 소비자가 늘면서 무알코올 음료와 저도주가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취하기 위한 술'에서 '가볍게 즐기는 음료'로 소비 기준이 이동하는 흐름이다.
2.2초마다 1캔…'테라 제로' 100일 만에 400만캔 팔렸다
11일 하이트진로음료에 따르면 무알코올 맥주 맛 음료 '테라 제로'는 출시 100일 만에 누적 판매량 400만 캔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약 4만 캔, 약 2.2초마다 1캔씩 팔린 셈이다. 국내 무알코올 음료 가운데 최단기간 기록이다.
400만 캔을 일렬로 세우면 약 520㎞로 서울에서 부산을 잇고도 남는 거리이며 높이로 쌓으면 여의도 63빌딩 약 2000개 규모에 해당한다. 바닥 면적 기준으로는 약 1만3300㎡로 잠실야구장 그라운드와 비슷하다.
'테라 제로'는 알코올 도수 0.00%에 더해 칼로리·당류·감미료까지 제거한 '리얼 제로(Real Zero)' 설계를 내세운 제품이다. 단순 대체재를 넘어 무알코올 음료가 독립적인 소비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낮에도, 운동 후에도"…'소버 라이프'가 바꾼 소비 방식
무알코올 음료의 급성장은 주류 소비 방식 자체의 변화를 보여준다. 기존 주류 소비가 퇴근 후 저녁 술자리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평일 낮 스포츠 관람, 야외활동, 운전 전후, 업무 중 휴식 등 24시간 일상 전반으로 음용 장면이 확대되고 있다.
완전한 금주 대신 주체적으로 음주를 조절하고 통제하는 '소버 라이프(Sober Life)' 트렌드가 2030 세대의 보편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편의점 GS25의 올해 1~5월 무알코올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6.1% 급증했다. 2023년부터 매년 20~30%대 성장세를 유지해 오던 무알코올 시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임계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국내 무알코올·논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가 2025년 704억 원을 거쳐 2027년에는 946억 원에서 최대 956억 원까지 치솟으며 1000억 원대 시장 진입을 눈앞에 둘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편의점 중심의 캔 제품을 넘어 음식점과 주점 등 유흥 상권을 겨냥한 330㎖와 500㎖ 병 제품 2종을 전격 출시하며 외식 자리에서 분위기만 맞추려는 '논알코올 외식 수요'까지 싹쓸이하겠다는 전략이다.
"소주·맥주 줄어도 저도주는 마신다"…헬시 플레저·놀로 확산
독한 술을 멀리하는 흐름은 무알코올을 넘어 '과일맛 저도주'와 '하이볼' 시장의 동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98만7726㎘로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 맥주는 151만8931㎘로 7.2%, 희석식소주는 79만2912㎘로 2.8% 줄었다. 반면 일반증류주 출고량은 2023년 1785㎘에서 2024년 3805㎘, 지난해 4056㎘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알코올 도수 12도의 저도주인 롯데칠성음료의 '새로 오미자'는 출시 단 한 달여 만에 200만 병 판매를 돌파했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과일맛 새로 제품군의 지난해 말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7% 증가하며 브랜드 전체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편의점 매대의 지형도 역시 하이볼과 RTD(Ready To Drink) 주류가 완전히 장악했다. 편의점 CU의 하이볼 매출 신장률은 2023년 553.7%, 2024년 315.2%, 2025년 190.1%라는 경이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변화를 취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건강을 챙기면서도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소비 성향과 젊은 층의 'NOLO(놀로)' 문화가 견고하게 안착한 결과로 본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프레시백 못 주워오면 구역 뺏겨요"…'피도 눈물...
전문가들은 "주류 시장은 '얼마나 취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즐기느냐'로 재편되고 있다"며 "술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고, 그 기준은 점점 가볍고 다양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