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프로젝트 발표 열흘 만에 부지 선정·토허구역 지정
문의는 늘었지만 계약은 아직…기대와 관망 교차
"투기 차단 공감"…"거래 실종된 지역 시장 현실도 살펴야"

불과 열흘 남짓 기간동안 전남광주특별시는 메가톤급 뉴스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지난달 29일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며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을 공개했다. 이어 지난 6일 광주 군공항이 호남권 반도체 첨단국가산업단지 예정지로 최종 낙점됐고, 사흘 뒤인 9일 정부는 군공항 일대 364.19㎢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속전속결이라는 단어에 걸맞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쾌속질주가 이어졌다.


하지만 광주 부동산시장은 반도체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퍼지기도 전에 규제가 먼저 들어오면서 기대와 관망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일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광주 군공항 부지와 인근 지역 364.19㎢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정부가 지난 6일 메가프로젝트의 하나로 호남권 반도체 첨단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개발 기대감에 따른 지가 상승과 투기성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30일 서남권 항공시찰 중 무안공항을 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6월 30일 서남권 항공시찰 중 무안공항을 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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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지역은 광산구(124.98㎢)를 비롯해 서구(26.94㎢), 동구(22.66㎢), 남구(44.76㎢), 북구(28.72㎢), 나주시(97.93㎢), 장성군(5.43㎢), 화순군(12.77㎢) 등이다. 군공항 부지를 중심으로 법정동·리 경계를 기준으로 지정됐으며, 오는 14일부터 2028년 7월 13일까지 2년간 효력이 유지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하려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도시지역은 주거지역 60㎡, 상업·공업지역 150㎡, 녹지지역 200㎡를 초과하는 토지가 대상이며, 도시지역 외에서는 농지 500㎡, 임야 1000㎡, 기타 토지 250㎡를 초과하면 허가 대상이 된다. 허가를 받더라도 5년간 허가 목적대로 토지를 이용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이행명령과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국토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새로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이상 거래와 투기성 거래 등 위법 의심 행위가 확인될 경우 관계기관과 협조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문의는 늘었지만, 거래는 아직"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 이후 광주 군공항과 광주송정역 일대를 중심으로 투자 문의는 눈에 띄게 늘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시장 분위기는 기대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문의는 증가했지만,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것이 공인중개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광산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 이후 투자 문의는 평소보다 확연히 늘었다"면서도 "군공항 이전과 산단 조성 계획이 구체화하지 않은 만큼 실제 계약은 많지 않다. 시장도 아직은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인 광주 군공항 일대와 인근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송보현 기자

광주 광산구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인 광주 군공항 일대와 인근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송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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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인 해인부동산 대표는 "반도체 클러스터와 군공항 이전 이슈가 발표된 이후 관련 문의는 이전보다 확실히 늘었지만, 적극적인 매수세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다"며 "투자 가능성과 개발 일정 등을 확인하려는 상담이 대부분이고, 시장도 사업 추진 여부를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대해선 "정부가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지만, 거래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단기적으로 거래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시장에서 언급되는 기대감은 산업 투자 계획에 따른 미래 가치"라며 "실제 부동산 가치는 기업 투자와 고용 창출, 인구 유입, 교통망 확충 등이 얼마나 현실화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재는 분명하지만 모든 가치가 이미 확정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인 만큼 무리한 투자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기대감은 시장 심리에도 일부 반영되는 모습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7월 아파트 분양전망지수에 따르면 광주의 분양전망지수는 전달 55.6에서 88.2로 32.6포인트 상승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큰 상승 폭으로, 지역 주택사업자들의 시장 기대감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거래 절벽 지역 현실 반영한 정교한 정책 필요"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투기 차단이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광주 시장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광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현황. 국토교통부 제공

전남광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현황. 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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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선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광주시회장은 "정부의 투기 차단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광주는 수년째 미분양 증가와 거래 절벽, 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등 다른 지역보다 침체가 심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1만4,000여 가구의 입주 물량이 예정돼 있어 시장 부담이 큰 상황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침체한 부동산시장에 모처럼 찾아온 호재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제 투기 징후나 거래량 증가 여부 등을 면밀히 분석한 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여부를 판단했어야 하는데, 발표 직후 곧바로 규제를 적용한 것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실수요자의 정상적인 거래까지 위축시키면서 침체한 부동산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투기 차단도 중요하지만, 지역마다 시장 상황은 모두 다르다"며 "지역 현실을 반영한 정교한 정책이 병행돼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도 함께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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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공항 인근에서 20여년을 살아온 한 주민은 "800조라 카던디 안 놀라겄소. 입이 떡 벌어졌제. 이런 큰 사업이 우리 동네 들어온다니 기대는 허는디, 아직은 계획이잖여. 진짜 공장 들어서고 사람이 몰려오는 것까정은 지켜봐야제"라며 "그동안 개발 이야기만 수도 없이 들었는디 이번에는 말로 끝나지 말고 진짜 지역이 바뀌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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