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 '아메리칸 팩토리'가 남긴 질문
유럽행 中 배터리·전기차에도 유효
노동문화·환경 규제가 새 변수

2019년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는 중국 유리업체 푸야오가 폐쇄된 미국 GM 공장을 인수해 재가동하는 과정을 담았다. 생산성을 최우선에 두는 중국식 경영과 미국의 노동문화가 부딪히는 장면들은 해외 진출이 단순한 투자 이상의 과제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같은 질문이 7년이 지난 지금, 유럽으로 향하는 중국 배터리·전기차 기업들 앞에 다시 놓여 있다.

챗GPT 생성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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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내수를 넘어 가격 경쟁력과 대규모 양산 능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키워왔다. 이에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유럽은 '메이드 인 유럽(Made in Europe)' 기조로 각각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고 역내 생산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수출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에 현지 생산거점 확보는 사실상 필수 전략이 됐다.


실제 움직임도 빨라졌다. CATL은 독일 공장을 가동 중인 데 이어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을 짓고 있고, BYD는 헝가리에 유럽 첫 생산공장을 세우는 동시에 스페인·프랑스의 기존 자동차 공장 인수까지 검토하고 있다. 신규 공장 대신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브라운필드' 투자로 유럽 안착 시기를 앞당기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속도만큼 잡음도 커지고 있다. CATL은 지난 6월 헝가리에서 폐수 방출 문제로 현지 주민들의 소송에 직면했고, BYD는 지난 4월 헝가리에서 노동 착취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브라질 공장 건설현장에서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해 있던 중국인 노동자 220명이 현지 당국에 구조되기도 했다.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는 저마다 다르지만, '공장을 짓는 것'과 '현지 제도·문화 속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은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것보다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더 어렵다"며 "노동환경과 규제, 지역사회와의 관계까지 관리해야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현지화다. 중국 제조업 경쟁력의 배경으로 꼽히는 '996'(오전 9시~오후 9시, 주 6일 근무) 문화나 강한 성과 중심 조직문화는 중국에서는 강점이지만, 유럽의 엄격한 노동 규제와 노조 문화, 환경·안전 기준과는 충돌할 소지가 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서는 생산능력보다 운영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현지 노사관계와 환경 규제에 대응하며 공장을 운영한 경험은 단기간에 쌓을 수 없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앞선 경험을 축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온은 헝가리 코마롬과 이반차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에서 각각 생산기지를 가동하고 있다. 수년간 유럽의 노사관계와 환경 규제, 지역사회와 협력하며 공장을 운영해온 경험은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경쟁력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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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의 유럽 공세는 분명 국내 배터리 업계에 부담이다. 다만 생산능력 확대만으로 유럽 시장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공장을 얼마나 빨리 짓느냐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보는 시장"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현지 경영 환경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향후 경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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