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공정 확대로 용수 사용량 늘자
삼성·하이닉스도 용수 재이용 속도
재이용률 높을수록 좋지만 비용은 부담

반도체 산업의 물 확보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생산 확대와 첨단 공정 전환으로 물 사용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단순히 얼마나 많은 물을 확보하느냐보다 사용한 물을 얼마나 다시 활용할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정부가 호남에 이어 충청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원활한 용수 공급 문제가 부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용수 재이용률 제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공장은 얼마나 많은 물을 먹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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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물 집약적 산업'이다. 영국 시장조사 업체 아이디테크엑스(IDTechEx)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생산에 투입된 물은 9억t을 넘어섰다. 오는 2035년에는 2배 이상 증가한 20억t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물 사용량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간한 2026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지난해 연간 취수량은 1억 7901만t이다. SK하이닉스는 국내 반도체 사업장 기준으로 8350만t의 물을 사용했다.


두 회사의 물 사용량은 2018년 1억 9701만t에서 2019년 처음으로 2억t을 넘어섰고(2억33만t), 지난해 2억 6251만t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8년 대비 약 33% 증가한 규모다. 생산시설 확충과 첨단 미세공정 도입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두 회사가 1년에 끌어오는 물의 양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이번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산업용수 공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제시한 동복댐 총저수량(9950만t)의 2.6배 수준이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는 불순물을 극미량 수준까지 제거한 초순수를 웨이퍼 세정 등에 대량으로 사용한다. 반도체 산업이 물관리에 진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초순수는 미립자, 박테리아, 무기질 등을 완벽히 제거한 물이다. 물 분자를 이루고 있는 수소와 산소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다. 웨이퍼를 깎은 뒤 나오는 부스러기와 반도체에 주입하고 남은 이온 등도 모두 초순수로 씻어낸다. 그 외에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과 가스를 제거하는 스크러버 공정에도 물을 쓴다.


커지는 물 수요…재이용이 승부처

7일 전남광주 광산구 광주 군 공항 상공으로 여객기가 날아오르고 있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광주 군 공항을 선정했다. 연합뉴스

7일 전남광주 광산구 광주 군 공항 상공으로 여객기가 날아오르고 있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광주 군 공항을 선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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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물 수요를 하루 65만t(매년 2억3700만t)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족한 물은 동복댐과 주암댐, 장흥댐, 보성강댐, 나주댐 등에서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동복댐에서만 계획량의 절반가량인 하루 30만t을 공급한다. 기존 여유량 5만t과 댐 벽을 높이는 증고로 25만t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안정적 용수 공급을 위해 우선 용수의 재이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는 취수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시설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재이용하거나 사내 처리시설을 통해 정화해 다시 사용하는 방식으로 용수 재이용을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사업장 용수 재이용량은 지난 2023년 4646만t에서 2024년 5203만t, 지난해 6055만t으로 늘었다. 용수 재이용률은 44%에서 47%로 늘었다.


삼성전자 역시 DS부문 국내 사업장 용수 재이용량은 2023년 9265만t, 2024년 1억110만t, 지난해 1억796만t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재이용률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반도체 팹의 용수 사용 방식이 비슷한 만큼 삼성전자 역시 40% 안팎 수준의 재이용률을 기록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용수 재이용률을 무한정 올릴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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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내 기업들의 용수 재이용률은 경쟁사인 대만 TSMC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TSMC가 지난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TSMC의 물 재이용률은 2022년 85.7%, 2023년 90.3%, 2024년 88.1%에 달한다. 폐수를 고도 정화 시스템을 통해 초순수로 정제해 끊임없이 내부에서 돌려쓰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 덕분에 TSMC는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북부 지역 사막 한가운데 초대형 반도체 팹을 짓고 있다.


걸림돌은 역시 비용과 기술력이다. 폐수를 재처리해 반도체 공정용 초순수 수준으로 정제하는 데는 일반 용수 처리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재이용 과정에서 미세한 불순물이 유입될 경우 첨단 공정의 수율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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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용수 재이용률은 기업의 물관리 역량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만큼 한 번 사용한 초순수를 그대로 방류하지 않고 폐수처리 시설을 거쳐 최대한 재이용하는 순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있다"면서도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용한 물을 다시 깨끗하게 정수한 뒤 초순수로 만드는 과정은 일반 용수를 처리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며 "재이용률을 높이는 데는 비용 부담도 중요한 고려 요소"라고 말했다.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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