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명 넘게 음주사고로 숨져
"경각심 필요"vs"가족까지 공개처벌"
최근 5년 음주운전 사고 6만4383건 달해
상습 음주 운전자 차량에 일반 차량과 구분되는 '빨간 번호판'을 달도록 하자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다시 확산하고 있다. 음주운전 재범을 막기 위해 운전자에게 눈에 띄는 표식을 부여해야 한다는 찬성 여론과, 가족·동승자까지 낙인찍는 공개처벌이 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맞서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10일 연합뉴스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빨간 번호판' 논쟁이 다시 한번 수면 위에 올라왔다고 소개했다. 지난 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97% 찬성한다는 빨간 번호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높은 조회 수와 추천 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유사한 글이 공유되며 누리꾼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음주운전 한 번만 한 사람은 별로 없다", "당장 시행하자. 지나가다 보이면 손가락질해주게"라며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음주운전 사고 나올 때마다 '빨간 번호판' 도입 논란 반복
빨간 번호판 도입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달 간격으로 온라인상에서 반복하고 있다. 음주운전 사고가 잊을 만하면 반복되고, 유명인이나 정치인 등의 음주운전 사례가 보도될 때마다 처벌 강화 요구와 함께 다시 소환되는 방식이다. 찬성 측은 음주운전이 단순 실수가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수 번호판을 통해 운전자 스스로 경각심을 갖게 하고, 주변 운전자와 경찰이 해당 차량을 쉽게 식별할 수 있어 재범 예방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면허를 영구 취소해야 한다", "다시는 운전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빨간 번호판보다 더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실제 음주운전 사고는 여전히 적지 않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 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2025년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만351건 발생했고, 이로 인해 121명이 숨지고 1만6304명이 다쳤다. 최근 5년으로 넓히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총 6만4383건, 사망자는 838명, 부상자는 10만1956명에 달한다. 산술적으로는 이 기간 하루 평균 35건가량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했고, 이틀에 한 명꼴로 사망자가 나온 셈이다.
음주운전 재범 문제도 처벌 강화 여론을 키우는 요인이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경찰 및 보험 통계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음주운전 재범률은 42.3%로 집계됐다
음주운전 재범 문제도 처벌 강화 여론을 키우는 요인이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경찰 및 보험 통계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음주운전 재범률은 43.9%로 집계됐다. 아시아경제
원본보기 아이콘다만 온라인에서 확산하는 '국민 97%가 빨간 번호판에 찬성했다'는 표현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 2023년 국민권익위원회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334명 중 5211명, 즉 97.7%가 '음주운전 방지를 위해 더 강력하고 촘촘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은 맞지만, 이는 빨간 번호판 도입 자체에 대한 찬성률은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음주운전 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음주 운전자 차량 특수번호판 부착'을 꼽은 응답자는 14.7%였다. 가장 많은 응답은 '형벌 등 제재 강화'로 25.7%를 차지했다.
강력 처벌 요구 커지지만, 인권침해·실효성 논란도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차량 번호판만 보고 운전자의 범죄 이력을 알 수 있게 하는 방식은 사실상 공개 망신 또는 사회적 낙인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특히 차량을 가족과 함께 쓰거나 법인 명의 차량을 운전하는 경우, 실제 음주운전을 하지 않은 가족·동료까지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음주 운전자가 다른 사람 명의 차량을 이용하면 제도를 우회할 수 있어 실효성에도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범죄학에서 말하는 '낙인이론'과도 맞닿아 있다. 특정 개인에게 지속해서 부정적 표식이 붙으면 사회 복귀가 어려워지고, 오히려 일탈 행동이 반복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음주운전 재범을 막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더라도 번호판을 통한 공개 표식이 예방책인지 처벌 감정의 배출구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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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역시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특수 번호판 도입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빨간 번호판보다 형벌 강화, 상습 음주 운전자에 대한 운전 제한, 음주운전 방지 장치 의무화, 재범자 교육 강화, 감형 기준 정비 등이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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