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진원 '한류 산업 수출의 경제효과' 발간
"문화적 근접성이 화장품·식품 수출 견인"
K팝 성장률, 세계 시장 여덟 배 앞서
K팝과 웹툰이 한국 콘텐츠 수출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지난 5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BTS 멤버들의 만남이 예정된 멕시코시티 국립궁전 앞에 팬클럽 아미(ARMY)가 모인 가운데, 한 팬이 BTS 멤버의 사진 컷아웃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리포트 '한류 산업 수출의 경제효과'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한류 산업 수출에서 게임 비중은 64.3%로 부동의 1위다. 성장률로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같은 기간 음악 수출은 연평균 29.7% 성장해 여덟 품목 가운데 가장 가팔랐고, 만화는 26.3%로 뒤를 이었다. 게임 성장률은 15.1%로 두 품목에 크게 못 미쳤다.
최근 들어 이런 흐름은 더 가팔라졌다. 음악 수출액은 2006년 17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8억100만 달러로 18년 새 100배 넘게 불어났다. 지난해만 놓고 봐도 23억9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32.4% 증가하며 단일 연도 기준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세계 음악 시장이 2024~2029년 연평균 3.35% 성장한다고 전망되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 성장률(연평균 29.7%)이 여덟 배 넘게 앞지른다고 볼 수 있다.
만화 수출도 다르지 않다. 세계 시장이 2024~2029년 연평균 7.02% 성장한다고 전망되는 가운데, 2006년부터 연평균 26.3%로 이보다 훨씬 빠르게 커왔다. 최근 5년(2021~2025)만 떼어놓고 봐도 수출액은 8000만 달러에서 2억6000만 달러로 세 배 넘게 늘었다. 오랫동안 콘텐츠 수출에서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웹툰이 국경을 넘어 독자들을 넓히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음악과 만화의 성장에 힘입어 한국 콘텐츠 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올해 세계 콘텐츠 시장은 전년보다 5.6% 성장한 2조4281억 달러로 전망된다. 미국(1조775억 달러)과 중국(3946억 달러)이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가운데 한국은 468억 달러로 세계 8위 규모다. 다만 연평균 성장률은 3.46%로 인도(9.33%), 인도네시아(9.58%), 중국(9.07%)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보다 낮다. 시장 규모 확대보다 수출 다변화가 앞으로의 과제로 손꼽히는 이유다.
한류 수출 지형은 지역별로 갈린다. 최대 시장은 여전히 중화권으로 32.5%를 차지한다. 하지만 중국의 한국산 콘텐츠 수입 제한 탓에 방송과 음악은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보다 수출 규모가 작다. 과거 최대 시장이던 일본은 게임 비중이 낮아 15.9%까지 내려앉았지만, 음악과 방송, 만화에서는 여전히 최대 수출 시장 자리를 유지한다.
동남아시아는 2017년부터 이어진 K팝과 OTT의 성장에 힘입어 연평균 19.1%로 가장 가파르게 성장했다. 비중 역시 19.2%까지 끌어올렸다. 북미는 OTT 확산에 따른 방송 수출 확대와 K팝의 영향으로 비중이 18.5%로 커졌다.
리포트를 작성한 김윤지 콘진원장은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 '문화적 근접성' 이론을 제시했다. 언어, 종교, 식민지 경험 등 선천적 요인이 아니라 같은 영화와 음악, 드라마를 공유하며 형성된 친밀감이 취향 기반 소비재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검증을 위해 국가 간 거리와 시장 규모로 교역량을 설명하는 중력모형에, 한류 산업 수출액을 문화적 근접성의 대리변수로 반영해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류 콘텐츠 소비가 많은 지역일수록 화장품, 식품 등 취향 기반 소비재 수출도 함께 늘었다. 화장품의 경우 중화권(33%), 북미(20%), 동남아시아(14%), 유럽(13.8%) 순으로 많이 수출됐다. 코로나19 기간 줄었던 중국 보따리상 수요와 별개로, 북미·유럽에서 K뷰티 구매가 증가하면서 이 지역 비중이 커졌다. 식품도 만두, 라면, 떡볶이 등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중화권, 동남아시아, 북미에서 고르게 늘었다.
반면 휴대폰, 노트북 등 IT 기기 수출은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 확대로 연관산업 내 비중이 11.4%까지 축소됐다. 품목별 견인 효과에서도 이런 엇갈림이 드러났다. 한류 산업 수출이 1억 달러 늘 때 IT 기기 수출은 1.05억 달러 늘어 가장 크게 반응했지만, 이는 시장 자체가 축소되는 가운데 나온 상대적 수치일 뿐이다. 화장품(0.73억 달러), 의류(0.17억 달러), 식품(0.15억 달러)이야말로 실제 시장 확대와 함께 나타난 증가라고 할 수 있다. 단 관광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기간 데이터가 끊기면서 단일 분석에서는 유의한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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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는 이 같은 연관효과가 지난해 4월 시행된 '한류산업진흥 기본법'의 입법 취지와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법은 1999년 제정된 '문화산업진흥 기본법'의 문화산업을 한류 산업으로 재정의하고, 관광·식품·화장품·전통문화상품 등을 한류 연관산업으로 새로 규정한다. 한류를 문화 현상이 아닌 경제 동력으로 보고, 정부가 범부처 기본계획을 통해 통합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김 원장은 "반도체 등 특정 품목 의존도가 높은 수출 구조에서, 한류 산업이 콘텐츠 자체의 성장은 물론 소비재·관광 수출 확대로 이어지는 파급력을 갖춘 만큼 경제 체질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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