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은 음반 샀고 대중은 익숙한 노래 들었다…상반기 K팝 시장 '두 얼굴'
5월 음반 판매량 4540만장 돌파 반등
음원 신곡 점유율 20.2%…차트 장벽↑
5세대 신인·숏폼 밈 역주행이 차트 균열
새 음악 발견 통로, 제작 체력 확보 과제
올해 상반기 K팝 시장은 팬덤 중심의 음반 판매 호조와 검증된 인기곡 중심의 음원 소비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중 구조'를 보였다. 실물 음반은 팬덤의 구매력에 힘입어 반등했지만 음원 차트는 기존 인기곡이 장기간 상위권을 지키며 신곡의 진입 장벽이 한층 높아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5세대 신인 그룹과 숏폼 기반 '밈(Meme)' 콘텐츠를 탄 역주행 곡은 굳건한 차트를 흔든 변수로 떠올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음원 플랫폼 멜론의 '2026년 상반기 차트 결산'에서는 이미 대중성을 확보한 아티스트들의 장기 집권 현상이 뚜렷했다.
상반기 주간 차트 최장기간 1위를 기록한 아티스트는 그룹 아이브와 남매 듀오 악뮤(AKMU)였다. 아이브는 정규 2집 타이틀곡 '뱅뱅(BANG BANG)'으로 6주 연속 정상에 올랐고, 악뮤는 정규 4집 수록곡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과 '소문의 낙원'을 합산해 6주간 1위를 지켰다.
일간 차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아이브 '뱅뱅'은 40일 동안 1위를 유지했고, 악뮤는 두 곡을 번갈아 정상에 올리며 총 41일간 일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상반기 멜론 이용자가 가장 많이 '좋아요'를 누른 곡도 악뮤의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8만4891개)과 '소문의 낙원'(8만2642개)이었다.
써클차트 집계에서도 음원 시장의 보수적인 소비 성향이 확인됐다. 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5월 음원 이용량 톱400 합계는 전월 대비 1.6%, 전년 동월 대비 2.3% 감소했다. 발매 3개월 이내 신곡의 이용량 점유율은 20.2%에 그쳤다. 주요 아이돌 그룹이 잇따라 컴백했지만 이용자들은 신곡보다 이미 검증된 인기곡을 반복 소비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실물 음반 시장은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써클차트 기준 4월과 5월 월간 앨범 판매량은 두 달 연속 1000만장을 넘어섰다.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은 약 4540만장으로 전년 동기보다 940만장 늘었고, 연간 1억장 판매를 기록했던 2023년 같은 기간보다도 240만장 많았다. 지난해 제기됐던 K팝 음반 시장 피크아웃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하며 팬덤의 구매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6월에도 음반 강세는 이어졌다. 라이즈는 미니 2집 '투(II)'로 140만1094장을 판매하며 월간 앨범 차트 1위에 올랐고, 에이티즈는 '골든 아워 : 파트.5(GOLDEN HOUR : Part.5)'로 리테일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다. 음원에서는 아이오아이(I.O.I)가 데뷔 10주년 기념곡 '갑자기'로 디지털 차트 등 4관왕을 차지했고, 방탄소년단은 '스윔(SWIM)'으로 글로벌 K팝 차트 3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높아진 음원 차트 장벽을 뚫은 사례도 있었다. 5세대 신인 그룹과 하우스 장르의 부활이다. 키키의 '404(New Era)'는 발매 16일 만에 올해 발표곡 가운데 처음으로 멜론 톱100 1위에 올랐고 2주 연속 주간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하츠투하츠의 '루드!(RUDE!)'도 최고 2위를 기록하며 상반기 내내 10위권을 유지했다.
이들 곡은 2010년대 중반 K팝의 주류였던 하우스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공통점이다. 반복적인 리듬과 청량한 멜로디가 숏폼 영상과 플레이리스트 중심의 소비 방식과 맞물리며 확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르티스의 '레드레드(REDRED)' 역시 6월 써클 스트리밍 차트 1위에 오르며 5세대 그룹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숏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밈이 만든 역주행도 상반기 특징으로 꼽혔다. 리센느의 '러브 어택(LOVE ATTACK)'은 2024년 발매 당시 일간 차트 904위에 머물렀지만 멤버 원이의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된 '거제 야호' 밈이 확산하면서 올해 5월 일간 차트 98위로 재진입했다. 발매 후 338일 만의 차트인이다.
멜론에 따르면 유튜브 채널 개설 이후 6월 말 기준 해당 곡의 스트리밍은 최대 2019%, 청취자는 977% 증가했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이나 음악 방송이 역주행의 계기였다면 이제는 숏폼 콘텐츠와 이용자의 자발적인 밈 소비가 검색과 스트리밍을 이끌며 차트 판도를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K팝 시장은 팬덤의 구매력을 기반으로 한 음반 시장의 성장세와 검증된 인기곡 중심으로 굳어진 음원 시장이 공존하는 구조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는 음반 판매를 넘어 숏폼 콘텐츠와 플랫폼 확산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K팝 시장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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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중음악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차트는 K팝 소비가 팬덤 중심의 음반 구매와 대중 중심의 음원 소비로 더욱 뚜렷하게 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초반 음반 판매는 팬덤이 견인하지만 음원 시장에서는 숏폼 콘텐츠와 밈,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뒤늦게 주목받는 흐름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인 그룹은 데뷔 초 성과에만 의존하기보다 곡이 다시 발견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콘텐츠 전략과 제작 역량을 갖추는 것이 앞으로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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