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몰래 촬영하고 시험장 반입도
일반 안경과 유사해 알아채기 어려워
LED 표시등으로 촬영 안내하지만 우회 가능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안경 판매가 급증하며 대중화를 앞두고 있지만 이를 악용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어 규제 당국과 제조사 차원의 개인정보·사생활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안경.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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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IT 업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서경찰서는 자신과 데이트한 여성들을 AI 안경으로 몰래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의 없이 유포한 A씨를 조사하고 있다. A씨가 AI 안경의 촬영 안내 표시등을 가리면서 피해 여성들은 촬영 사실을 알아챌 수 없었다. 경찰은 데이트 중 민감한 부분까지 촬영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성범죄 혐의 적용 여부를 따져 보고 있다.

시험장에서도 AI 안경을 악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토익위원회는 지난 5월 치러진 정기 토익 시험에서 AI 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 시도 2건을 적발했다. 지난달에도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진행하는 산업기사 컴퓨터기반시험(CBT)에서 AI 안경을 착용한 수험생 3명이 적발됐고,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AI 안경을 이용해 상대방 동의 없이 사진 또는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는 모두 과태료나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AI 안경으로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진을 촬영해 유포했다면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 시험장에서의 악용 역시 업무방해죄가 적용된다.

AI 악용 방지턱 있지만 우회 방법 수두룩

제조사들은 AI 안경 악용을 막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국내 시판 중인 AI 안경 레이밴·오클리 메타는 카메라를 사용할 때 흰색 LED 표시등이 켜진다. 사진을 촬영할 때는 표시등이 짧게 깜빡이고, 동영상 촬영 중에는 반복해서 깜빡인다. 아울러 기기에 탑재된 스피커를 통해 사진·영상 촬영 시 셔터음이 나도록 했다.

메타 측은 "AI 안경이 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대중화됨에 따라 더욱 안전하고 신뢰도 높은 기기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는 촬영 중임을 알리는 LED 표시등에 검은색 스티커를 붙여 가릴 경우 AI 안경의 카메라를 켤 수 없도록 했지만, 특수 표시등 가림장치를 해외직구 플랫폼에서 구매해 장착하면 이를 우회할 수 있다.


AI 안경은 외형상 일반 안경이나 선글라스와 큰 차이가 없다. 제조사들이 안경 브랜드들과 협업해 유사한 디자인을 채택하는 데다 기술의 발전으로 카메라 렌즈가 작아져서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범죄나 부정행위에 AI 안경이 이용되도 적발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게다가 제조사들이 앞다퉈 관련 제품들을 내놓고 있어 소비자와 AI 안경 접점이 넓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2일 영국 런던에서 진행하는 신제품 공개 행사 '갤럭시 언팩 2026'에서 첫 AI 안경인 '갤럭시 글래스'(가칭)를 공개할 예정이다. 메타 역시 기존 제품보다 가격을 낮춘 '메타 글래스'를 공개했고, 중국의 알리바바도 약 4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AI 안경인 '큐웬 글래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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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법·제도적 제어 장치 없이 이 같은 악용 사례가 이어질 경우 AI 안경 대중화에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I 안경 시장이 열리는 시기에 악용 사례들이 계속되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제조사 차원에서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기능을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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