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AI(인공지능) 및 반도체 제조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호남 지역에 800조원 등 국가 메가프로젝트에 4700조원(3조1000억달러)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전력망 투자와 전력시장 개혁이 속도를 내지 않는 한 전력 공급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호남 클러스터만으로도 지역 최대 전력수요가 현재 추정치인 11.8GW에서 완공 후 19.1GW로 늘어날 수 있는데, 현행 계획상 2030년까지 지역의 실효 발전용량이 16.8GW에 그쳐서 약 2.3GW의 잠재적 부족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천연자원 리서치업체인 우드맥켄지는 9일 ‘한국 전력망은 3조1000억달러 규모의 AI 베팅을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드맥켄지는 호남이 한국 어느 지역보다도 강한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송전망이 이미 제약을 받고 있어 그 용량의 상당 부분이 소비자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남~중부 송전선로는 봄철에 혼잡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풍부한 자원 여건에도 태양광을 포함한 신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들이 전력망 접속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만으로 용량 격차를 메우려면 향후 5년 안에 약 19.5GW의 신규 설비가 필요한데, 2025년 한 해 동안 이 지역에 추가된 태양광 용량은 679MW에 그쳤다. 우드맥켄지는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의 급속한 확대와 배터리 투자 경제성을 개선하는 개혁 없이는 이러한 증설이 비현실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안정적인 발전원과 관련해, 보고서는 한빛원전의 계속운전이 추가 확정 전원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10년 계속운전은 그렇지 않으면 퇴역할 약 2GW의 발전용량을 보존할 수 있다. 한빛 원전 5.9GW 설비 가운데 약 3GW는 현재 2035년까지 운영수명 만료가 예정돼 있다.
천연가스 역시 단기적으로 실행 가능한 선택지로 남아 있다. 전 세계 가스터빈 공급망은 여전히 5~6년의 납기를 겪고 있지만, 국내 제조 터빈을 우선 활용하면 한국의 차기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아래에서 신규 용량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윤식 우드매켄지 아시아태평양 전력·재생에너지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이는 궁극적으로 순서 배열의 문제”라며 “단기 유연성 조치, 확정 발전원, 송전망 업그레이드가 모두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뒤처지면 AI와 반도체 투자의 속도는 기술이나 자본이 아니라 전력 인프라에 의해 제약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계획 기간을 넘어서는 관점에서, 우드맥켄지는 호남의 장기 전력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두 가지 구조적 해법을 제시했다. 원래 한빛 7·8호기 부지로 예정됐던 유보 부지는 기존 부지를 활용한 원전 개발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신규 부지 개발과 비교해 건설 비용을 약 10~15% 줄이고 사업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영남~호남 송전선로를 보강하는 것도 또 다른 해법이다. 영남은 실효 발전용량이 지역 최대 수요를 15.9GW 초과하는 만큼, 영남의 잉여 원전 발전량을 호남의 급증하는 산업용 전력 부하를 지원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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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한국의 국가 송전 전략에 대한 더 넓은 함의도 지적했다. 새로운 산업 수요가 호남 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점점 더 지역 안에서 소비하게 되면, 북쪽으로 흘러가야 할 전력은 줄어들 수 있다. 이는 제안된 8GW 규모 서해안 초고압직류송전(HVDC) 프로젝트에 필요한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면 이에 대한 추가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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