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업은 기술, 제조기업은 현장…얼라이언스로 두 축 연결
산단 실증→공급망 확산…'연결'이 제조 AI 경쟁력 좌우

독일이 2011년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내놓으며 가장 주력 했던 것은 기술이 아니라 협력 생태계였다. 제조기업과 소프트웨어 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제조 혁신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중소 제조기업까지 참여하는 데이터 공유 플랫폼 '팩토리-X(Factory-X)'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미국도 제조혁신연구소(Manufacturing USA)를 중심으로 제조기업과 AI기업을 연결하며 산업 현장에 AI를 확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제 글로벌 제조 경쟁은 누가 더 뛰어난 AI를 개발하느냐보다 AI를 얼마나 빠르게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키느냐의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 정부가 M.AX 얼라이언스와 산업단지별 MINI 얼라이언스를 잇달아 출범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도기업 한 곳의 성공을 산업단지와 공급망 전체로 확산시켜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AI기업은 기술을, 제조기업은 현장을 안다

AI 확산이 더딘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AI기업은 뛰어난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제조 공정을 잘 모른다. 반대로 제조기업은 수십 년간 축적한 생산 노하우와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AI를 어떻게 현장에 적용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는다.

정부가 지난해 M.AX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킨 것도 이 같은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다. 제조기업과 AI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AI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현장에서 검증한 뒤 다른 기업으로 확산하는 협력체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지난 5월 27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성심당 롯데백화점 대전점을 방문해 튀김소보로 생산과정에 AI를 적용하는 AI팩토리 실증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산업부.

지난 5월 27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성심당 롯데백화점 대전점을 방문해 튀김소보로 생산과정에 AI를 적용하는 AI팩토리 실증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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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의 대표적인 사례가 대전 성심당이다. 성심당은 AI 공급기업 로이랩스와 로봇기업 인터텍이 함께 참여해 반죽 투입부터 튀김, 불량 판정, 포장 공정까지 AI와 로봇 기술을 적용했다. 제조기업은 생산 현장을 제공하고 AI기업은 솔루션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협업 모델을 만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AI 솔루션' 사업도 이러한 제조기업과 AI 전문기업의 협업을 전제로 설계됐다. AI 전문기업이 보유한 검증된 AI 모델을 제조기업의 공정에 맞게 파인튜닝(Fine-Tuning)해 빠르게 적용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처음부터 AI를 새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AI 기술을 현장에 맞게 고도화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30여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실증을 진행한 데 이어 올해도 30여개 기업을 추가 지원해 성공 사례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올해에만 128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한 공장'의 성공을 '산업 생태계'로

정부는 M.AX를 개별 기업 지원사업이 아니라 제조업 생태계 전체를 바꾸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산업단지를 실증 거점으로 만들고, 금융으로 사업화를 뒷받침하며, 제조 현장의 숙련 기술을 AI 자산으로 축적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산업단지 중심의 확산 전략이다. M.AX 얼라이언스는 지난해 9월 10개 분과·1000여개 기관으로 출범한 뒤, 올해 2월 산단 AX 분과가 추가되면서 11개 분과·1500여개 기관 규모로 확대됐다. 제조기업과 AI 전문기업, 대학·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전국 단위 협력체계가 갖춰진 셈이다.


정부는 여기에 10개 산업단지별 MINI 얼라이언스를 붙였다. M.AX 얼라이언스가 전국 단위 플랫폼이라면, MINI 얼라이언스는 산업단지 현장에서 AI를 실증하고 확산하는 실행 조직이다. 울산 석유화학, 광주 미래모빌리티, 대불·부산·군산 조선 등 지역 주력산업별로 제조기업과 AI기업, 대학·연구기관을 묶어 공정별 AI 수요를 발굴하고, 검증된 모델을 같은 업종 기업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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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사례가 울산이다. SK에너지는 1000억건이 넘는 제조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설비·안전관리 분야에서 AI를 실증하고 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검증된 AI 모델을 울산 산업단지 내 중소·중견기업으로 확산한 뒤 다른 석유화학단지와 전국 산업단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SK에너지 공장에서 본 것은 단순한 생산라인이 아니라 데이터와 AI, 혁신이 흐르는 또 하나의 파이프라인이었다"며 "이 파이프라인이 울산을 넘어 대한민국 모든 산업현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금융도 M.AX 확산의 중요한 축이다. 이달 출범한 '국민성장펀드-M.AX 프론티어 프로젝트'는 제조 AI 기업과 제조기업을 연결하는 투자 플랫폼이다. AI 솔루션 기업이 실제 제조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사업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금융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AI 공급기업과 제조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다만 정부가 연결 구조를 만들었다고 해서 M.AX가 곧바로 확산되는 것은 아니다. 제조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표준과 보안 체계, 기업들이 안심하고 AI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데이터 유출 우려와 개인정보 문제, 기업별로 다른 데이터 형식 등이 여전히 AI 확산의 걸림돌로 꼽힌다. AI를 도입한 뒤 이를 운영하고 고도화할 전문인력 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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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도 "보안과 규제, 개인정보, 표준화, 전문인력 부족 등 데이터 활용과 M.AX를 가로막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 같은 걸림돌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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