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홈플러스 청산이 답일까
홈플러스 사실상 사망선고
시장 논리만 적용하는 것은 무책임
결국 인공호흡기마저 뗐다. 지난해 3월 기습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국내 2위 대형마트 사업자 홈플러스는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 회생에 필요한 긴급운영자금 2000억원을 조달하지 못하면서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단 메리츠금융그룹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양측 모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판단한 듯하다.
정부도 빠르게 손절에 나섰다. 재정경제부는 홈플러스 회생 종료 결정이 내려진 날 협력업체에 4400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고, 임금 체불 근로자 1인당 2100만원까지 대지급금과 생계비 융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오는 20일까지 즉시 항고할 기회를 줬지만 홈플러스 청산을 염두에 둔 행보다.
여론도 싸늘하다. 홈플러스 파산 위기와 관련한 기사에는 "민간기업의 경영 실패를 왜 정부가 책임지느냐" "민주노총이 인수하라"라는 냉소적인 댓글이 수두룩하다.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의 경영 실패와 민주노총 산하 홈플러스 노동조합의 잦은 파업을 조롱한 것이다.
시장 논리만 놓고 보면 홈플러스는 청산이 답일 것이다. 서울회생법원의 의뢰를 받은 삼일회계법인은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를 2조5059억원, 청산가치를 3조5816억원으로 평가했다.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이 회생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도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시장 논리로만 작동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대형마트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매장으로 상품을 옮기고 진열하는 업무는 전부 인간의 손을 거친다. 인건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기간 130여개의 점포 수를 67개로 줄였다. 회생 전 2만여명이 가까운 임직원 수는 최근 9000명까지 줄었다. 월급이 끊기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그만 둔 것이다. 지난해 6000억원에 달했던 인건비는 올해 1700억원가량으로 대폭 축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직원들은 지난 5월부터 자발적으로 급여를 반납했다. 그만큼 회생 의지가 강하다.
홈플러스 점포 하나가 문을 닫으면 직원만 일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다. 입점 자영업자, 납품업체, 물류기사, 인근 상권까지 연쇄적인 충격을 받는다. 더욱이 4800억원 규모의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도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을 시장 논리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지난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직후 정치권은 홈플러스 경영진과 김병주 MBK파트너스 대표를 불러 책임을 추궁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기업 이슈가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후 제도 개선이나 대책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 또 다른 이슈가 터지면서 분노의 대상이 바뀔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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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은 경영진과 대주주가 져야 한다. 잘못된 투자와 상품 경쟁력 상실의 대가는 분명히 따져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직원들과 협력업체 관계자,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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