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 활용은 다른 문제
지금은 실적으로 증명할 때
콘텐츠 업계가 어렵다. 제작비는 오르는데 수익은 줄어든다. 국내 자본만으로 감당하기 벅찬 판이 됐다. 버틸 실력을 검증받는 시간이다. 일각에선 지식재산(IP) 확보를 관건으로 꼽는다. 하지만 소유와 활용은 다른 문제다. 흥행작이 매년 쏟아지고 IP도 그만큼 쌓이지만, 그걸 실질적 수익으로 전환한 사례는 드물다. '오징어게임' 정도가 예외다. 리얼리티쇼, 의류, 비디오게임, 유료 놀이공간 등으로 확대되더니 디지털 슬롯머신으로까지 개발됐다. 블룸버그는 파생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 IP는 처음부터 넷플릭스 소유였다.
한국 제작사가 자기 IP로 이 정도까지 사업을 확장한 사례는 없다. 대부분은 관광 마케팅에 그친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스튜디오드래곤과 '한류 올레길'을 조성하기로 했다. 촬영 전 단계부터 관광 요소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오래된 관행을 뒤늦게 조직화한 사업에 불과하다. 지자체의 인적 인프라 부족과 활용 가이드 부재로 일시적 효과에 그치기 쉽다.
영화·드라마 IP 리메이크도 다르지 않다. 국내 화제작이 해외에서 제작된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산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판권을 판매한 순간 원작의 몫은 끝난다. 리메이크가 아무리 흥행해도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2024년 방송영상 부문 수출은 1조9810억원으로 전년보다 40% 늘었다. 그런데 정작 상장된 제작사 스물한 곳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2%로 여전히 적자였다. 흑자를 낸 곳은 스튜디오드래곤, 쇼박스 등 손에 꼽혔다. 수출이 늘어난다고 제작사 몫까지 늘어난 건 아닌 셈이다.
IP를 프랜차이즈로 굴리는 일은 별개의 과제다. 자본과 유통망은 물론 숱한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지금 국내 제작 산업엔 그럴 여력이 없다. 제작 계약 자체의 협상력을 높이는 게 더 급선무다. 산업 전체가 바뀌지 않아도 개별 제작사에서 실적으로 먼저 증명할 수 있다.
예컨대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등으로 쌓은 신뢰를 발판 삼아 후속작 '군체'와 '실낙원'을 극장 개봉 전에 해외에 선판매했다. '군체'는 순제작비 170억원 중 상당액을 개봉 전에 회수해 손익분기점을 500만 명에서 300만명으로 낮췄고, 열흘 만에 이를 넘어섰다. '실낙원'은 아예 선판매만으로 순제작비 전액을 회수했다. '군체'의 북미 배급사 대표는 계약 근거로 작품 내용보다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먼저 꼽았다. 실적으로 다음 계약의 조건을 유리하게 끌어낸 것이다.
감독 개인의 실적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면, 제작사 차원에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정산 구조 변경이 시급하다. 제작비만 받고 끝나는 매절 대신, 흥행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수익배당금을 조금씩이라도 관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넷플릭스 등 해외 플랫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먼저 거둬야 한다.
유통 또한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런업컴퍼니가 하이브미디어코프와 공동 제작한 '화씨저택'은 베트남에서 개봉 1주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런업컴퍼니는 베트남 법인을 통해 이미 '마지막 소원' '지옥으로 가는 성형외과' 등 현지화 영화를 잇달아 선보여 왔다. 해외에서 직접 투자해 수익을 창출한 사례로,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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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시도가 향하는 지점은 같다. 검증된 실적과 정산 경험을 쌓고, 그것을 다음 계약의 조건으로 바꾸는 일이다. IP를 어떻게 쓸지는 다음 고민이다. 그 자격을 만드는 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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