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원본 파일 아닌 사본 확보
피해자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

경찰의 증거 확보 허점이 재판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뻔한 사례가 확인됐다. 경찰이 피해자 휴대전화에 있던 녹음파일 원본을 직접 확보하지 않고 사본만 넘겼고, 피고인은 재판에서 이를 파고들어 "원본 없는 녹음파일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한 이 사건은 검찰의 디지털 포렌식 등 보완수사 끝에 가까스로 유죄 선고로 이어졌다.

수원지법, 수원고법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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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건창)는 지난달 25일 준유사강간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씨는 2024년 6월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처음 만난 30대 여성 B씨와 B씨 주거지에서 술을 마신 뒤, 만취한 B씨를 상대로 유사강간 범행을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쟁점은 범행 직후 A씨가 B씨에게 사과하며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이었다. 담당 경찰관은 당시 B씨 휴대전화에서 원본 파일을 직접 제출받지 않고, 수사기관 업무용 휴대전화로 전송받아 이를 증거로 제출했다. 이후 B씨가 휴대전화를 교체하면서 원본 파일 제출은 불가능해졌다.

A씨 측은 공판 과정에서 해당 녹음파일이 사본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파일 전송 과정에서 확장자가 바뀌고 주파수 대역이 축소되는 이른바 트랜스코딩이 이뤄져 편집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원본동일성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경찰이 원본 파일을 확보하지 않은 허점이 피고인의 방어 논리로 활용된 셈이다.


검찰은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음성분석실 감정을 추가로 진행해 반박에 나섰다. 대검 분석관은 주파수 대역 등이 변경됐더라도 편집된 사정이 있었다면 보존 파일에서 흔적 확인이 가능한데, 해당 파일에서는 위·변조 흔적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검찰은 감정 결과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며 A씨 측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또 담당 경찰관 증인신문을 통해 녹음파일이 제출·저장돼 증거화된 경로를 입증했다. 법원은 이를 토대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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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수사 초기 증거 확보 미비가 공판 단계에서 치명적 증거 공백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경찰 단계의 작은 부실이 피해자 보호와 실체 규명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만큼, 송치 이후 기록을 다시 점검하고 공백을 메울 외부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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