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안 팝니다" 800조 투자 발표에 돌변…기대감에 땅값도 집값도 '들썩' [르포]
송정역 인근 토지 호가 상승
신규택지단지 계약 보류 움직임도
사업 지연 재개발구역 탄력 기대
8일 찾은 광주 광산구의 광주공항. KTX 광주송정역에서 차량으로 8분가량 이동하자 공항 부지를 따라 광활한 논밭과 비닐하우스가 펼쳐졌다. 공항 청사를 둘러싸고 과수원 땅과 푸른 논밭이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져 있어 248만평의 부지 규모를 체감케 했다. 구도심과 불과 5㎞ 안팎의 거리임에도 인적 드문 농지로 남겨졌던 이 부지에는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광주 군공항을 낙점하면서 일대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생겨나고 인구가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상업지구 인근 토지와 재개발 구역, 아파트 매매시장 등 부동산 시장 전반에 벌써부터 개발 기대감이 반영되는 분위기다.
상권 침체 겪던 송정역 일대…토지 호가 들썩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부지 낙점은 광주송정역 일대 토지가격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이 지역은 그동안 상권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평당 1500만원 안팎이던 인근 토지 가격은 최근 2000만원까지 올랐다. 이곳은 100년 넘은 재래시장을 따라 상권이 형성된 지역이다. 그간 군공항 영향으로 일대가 고도제한구역에 묶이면서 고층 주거지가 들어서지 못했고 주변에는 15층 미만 아파트와 빌라가 주를 이루고 있다.
광주송정역 인근 금호윤부동산의 윤병하 공인중개사는 "송정역 인근 복합환승센터 개발과 함께 일대 클러스터 조성 호재까지 맞물리면서 토지주들이 가격을 높이고 있다"며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 송정역 일대 상권에 많은 유동 인구가 몰릴 것으로 기대되기에 상권이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완지구선 계약 보류하기도…재개발 사업도 탄력 전망
신규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시장에도 온기가 확산하고 있다. 군공항과 인접한 신촌동, 도산동, 우산동 일대보다는 신축 아파트와 학군, 상권 인프라를 갖춘 수완·선운지구 등에 투자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완지구와 선운지구는 군공항과 각각 7㎞, 4㎞ 안팎에 있어 차량으로 20분 안에 이동이 가능한 만큼 신혼부부와 젊은 층의 매수수요가 몰리는 곳이다. 구축 단지가 주를 이루는 구도심보다 군공항 부지 인근의 신규택지지구를 중심으로 반도체 클러스터 배후주거지가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수완지구에서 전용면적 84㎡ 실거래가가 가장 높은 호반베르디움1차는 개발 호재 기대감으로 매도인이 계약을 보류하는 사례가 나왔다. 이 아파트 최근 실거래가는 6억2000만원으로, 추후 가격 추이를 지켜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근 공인중개소 소장 A씨는 "집주인이 군공항 부지 낙점 소식이 전해진 후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니 잠시 계약을 보류하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아직까지 호가를 올리려는 움직임은 없지만 광주에 인구가 몰리면 전통적인 부촌인 봉선동과 유흥시설이 없고 자녀를 키우기 좋은 수완지구, 전세가가 저렴한 선운지구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계기로 멈춰 섰던 재개발 사업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수완지구 내 신가동재개발정비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해당 사업지는 2011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현재 이주와 철거를 모두 마친 상태로 4732가구 대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사비와 분양가 문제를 두고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빈 땅으로 방치돼 있다. 현재 수완지구 내 단지들이 준공 10년 차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신가동 재개발 구역 외에는 신축 단지를 공급할 부지가 마땅치 않아 다시 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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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그간 공사비와 사업성 문제로 시공사 선정이 여러 차례 유찰됐지만 클러스터 조성으로 대규모 투자 수요가 유입될 경우 시공사들도 다시 입찰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자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여부를 검토 중이다. 시장에선 어느 지역까지 규제 범위에 포함될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2023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과 이동읍 일대가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지정됐을 때도 해당 지역과 인근 129.48㎢를 토허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구체적인 규제 범위가 정해지진 않았으나 군공항 부지 인근 상업지역까지 개발 압력이 밀려올 경우 토허구역으로 묶을 가능성도 있다"며 "규제 대상이 될 경우 장기간 자금이 묶일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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