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 등 시설물 중대결함 4년 만에 3.4배 증가
2044년에는 30년 이상 시설물 비중 75% 넘길듯
서울시는 지반침하 원인 '노후 하수관로' 전수조사

편집자주대한민국의 국토 인프라가 빠르게 늙어가면서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때 경제성장의 상징이었던 도로·교량·상하수관로 등 주요 기반 시설이 이제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잠재적 위험 요소로 변하고 있다. 준공한지 30년이 넘은 도로, 교량 등 주요 시설물들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향후 20년래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특히 기후 위기와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면서 노후 인프라의 취약성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속적으로 점검해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안전한 국토 인프라와 도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요구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선 기존 시설물의 체계적 관리와 선제적 보강이 필수적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고 지방자치단체장 임기가 새로 시작되는 현 시점이 스마트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관리체계를 혁신할 최적의 시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0일 서울시 용역업체 직원들이 종로구에 위치한 노후 하수관로를 조사하고 있다. 하수관 내부를 이동하며 영상을 촬영하는 CCTV 로봇 차량을 통해 상태를 모니터링 중이다. 서울시 제공

지난 10일 서울시 용역업체 직원들이 종로구에 위치한 노후 하수관로를 조사하고 있다. 하수관 내부를 이동하며 영상을 촬영하는 CCTV 로봇 차량을 통해 상태를 모니터링 중이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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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30년 이상 하수관로에 대해 단계적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같은 해 3월 강동구 명일동에서 대형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하자 노후 하수관로 점검에 나선 것이다. 전수조사 대상은 지반침하의 주요 원인이 되는 5개 지반 조건과 6종 지하시설물 정보를 활용해 서울시가 자체 제작한 '우선정비구역도'를 기반으로 보수가 필요한 D, E등급 구간이다. 시내 30년 이상 전체 노후 하수관로 6029㎞ 가운데 지반침하 발생 가능성이 높은 1848㎞ 구간을 총 2년에 걸쳐 우선 조사하고 있다. 조사를 시작한 후 약 11개월 지난 7월 현재까지 점검을 완료한 909㎞ 중 3분의 1 이상인 326㎞ 구간이 정비가 필요한 상태로 확인됐다.


도로, 터널, 댐 등 국가 주요 인프라 가운데 지은 지 30년 이상 된 노후 시설물이 해마다 늘면서 균열 등 결함에 노출될 확률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13일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관리하는 주요 시설물 수는 총 17만7142개다. 시설물안전법에 따라 정기적인 점검을 의무화한 교량과 터널, 항만 시설, 댐, 건축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가운데 사용연수 30년 이상인 시설물은 3만7473개로 전체 시설물의 21.2%를 차지한다. 특히 준공 이후 30년 넘은 교량은 전체 교량의 25%에 달했다.

시설물은 준공 이후 유지관리를 받지만 예상치 못한 파손, 균열, 손상 등 중대 결함 건수 역시 해마다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안전관리원 자료를 보면 중대 결함 건수는 2020년 275건에서 2024년 935건으로 급증했다. 4년 만에 무려 3.4배 증가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준공 후 30년 이상 경과한 시설물 비중은 2034년 49.9%, 2044년에는 75.3%에 달할 전망이다. 20년 후엔 공공 인프라 가운데 4분의 3이 노후화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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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노후 하수관 60%는 내용연수 경과 

낡은 인프라 중에서도 가장 손질이 시급한 부분은 하수관이다. '싱크홀'로 불리는 지반침하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 땅속에 매설돼 있다 보니 보이지 않아 더욱 위험하다. 국토안전관리원이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전국의 지반침하 사고 1577건의 발생 원인을 분석해보니 절반에 가까운 46.2%(729건)가 하수관 손상에 따른 것이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하수관로 약 17만㎞ 가운데 58.5%는 2004년 이전에 매설됐다. 하수관 사용 연한은 일반적으로 20년인데, 60%가량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는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내용연수가 지났다고 해서 무조건 교체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내부상태 조사를 통해 정비 대상을 확정한다"고 말했다.


하수관 부실에 따른 땅꺼짐 현상은 장마기간과 맞물릴 때 더 커진다. 지반침하 발생빈도를 보면 여름철인 6~8월이 48.4%로 절반을 차지한다. 봄(28%), 가을(13.9%), 겨울(9.8%)과 비교해 압도적이다. 장마와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지고 하수관 손상 부위로 빗물이 침투해 토사가 유실되면서 지표면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광주 동구 계림동 도로에서는 깊이 1.5m, 직경 1m 규모의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했다. 2024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망 사고 역시 8월 여름철 집중호우 시기에 일어났다.

하수관 노후화는 지방 대도시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특히 대구(74.0%)는 20년 이상된 노후 하수관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광주(67.0%), 서울(66.1%), 대전(62.7%) 역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상수도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후에너지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상수관로는 24만6125㎞에 달하며 이 중 21년 경과된 노후관은 38.2%인 9만396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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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인프라 유지관리비 폭증…2040년 25조원

도로, 철도, 항만, 저수지 등 상당수 시설물이 30년 이상 노후화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준공 후 30년 이상 된 노후도로는 전체의 52.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일반국도는 84.8%가 준공 후 30년이 훌쩍 지났다. 도로 유지관리비는 2013년 2조4000억원에서 2023년 4조4000억원으로 10년새 80%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노후 인프라 유지보수 비용 절감뿐 아니라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인프라 유지관리비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육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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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근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상이변이 늘어나고 인프라 노후화가 가속화되면서 국민 안전 위험에 대응한 인프라 성능개선과 안전 투자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2040년에는 현재 25조원 내외의 SOC 예산 수준만큼의 유지관리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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