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서 고배 마신 한화오션, 미국선 러브콜…'전투함 건조' 길 열릴까[Why&Next]
미 정부, 韓 조선사에 전투함·급유함 타진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등에 건조역량 질의
함정 관련 규제 일시적 완화 가능성 주목
"RFI는 사전검토 단계에 불과"…신중론도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신 한화오션이 미국 시장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미국 정부가 국내 조선사들을 대상으로 전투함과 급유함 건조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요청(RFI)에 나서면서 미국 군함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함정 건조 관련 규제를 일부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지만, 실제 전면적인 규제 완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 국방부(전쟁부)와 해군은 최근 각각 전투함과 급유함에 대한 RFI를 국내 조선사들에 보냈다. 국내 특수선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달 각 사의 전투함 설계·건조 역량을 미 국방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해군의 중형급 급유함 RFI에 대해서는 두 회사에 삼성중공업까지 더해 3개 사가 회신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202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미국 전투함을 건조하기 위한 라이선스 확보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HD현대는 미국 최대 군함 건조사 헌팅턴 잉걸스, 삼성중공업은 제너럴 다이내믹스 나스코와 각각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이번 RFI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국에 군함 건조 협력을 직접 언급한 이후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정상 간 협력 제안이 미국 국방부와 해군 차원의 실무 검토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RFI가 향후 협력이 가능한 해외 조선사의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사전 절차라는 것이다.
관건은 규제 완화다. 현재 미국 군함은 반스-톨레프슨 수정법에 따라 미국 내에서 건조하도록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한화오션이 실제 전투함 건조에 참여하려면 관련 법령 개정이나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RFI로 함정 관련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며 "관련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거나, 선체 블록은 한국에서 제작하고 미국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식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미국 내에서는 관련 규제를 일부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초안에 벌크연료선과 전략수송선을 각각 최대 2척까지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반영했다. 최종 입법까지 추가 절차가 남아 있지만, 동맹국 조선소 활용 가능성이 열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실제 제도 개선까지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이번 절차는 공식적인 입찰 제안 요청(RFP)이 아닌 RFI인 만큼 사업 추진이 확정된 것으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며 "현재는 미국 정부가 협력 가능한 해외 조선사들의 역량을 사전에 파악하는 단계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미국이 함정 건조 정책 기조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며 "관련 규제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이나 예외 규정 등을 통해 일부 완화하는 방식이 현실적일 수 있지만 전면적인 제도 개선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 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우리나라 조선업계와 협력을 확대하려는 배경에는 중국 해군력의 급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2024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함정·잠수함 370여척을 보유하고 있고 2030년 435척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 해군은 296척만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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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압도적인 조선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해상 전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반면, 미국은 군함 건조 역량과 공급망, 숙련 인력 부족 등을 겪고 있다. 이에 미국은 우방국이자 조선 강국인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전력 공백을 메우려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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