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독주…현대차 반격]꿈의 자동차인가 빌런인가…테슬라 FSD 이용기
지난 6월 30일 서울 도심의 한 야외주차장.
테슬라 모델X가 좁은 주차장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앞뒤로 수십번을 왔다 갔다 했다.
인간 운전자였다면 차량을 다른 층으로 이동하거나 여러 차례 전·후진을 적절히 반복해 탈출했을 테지만, FSD는 대신 같은 자리에서 앞뒤로만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서울·수도권 일대 300㎞ 자율주행 타보니
인간보다 훌륭한 주행…차로변경·앞지르기 척척
무리한 끼어들기 반복…완성도 떨어져
노면 표식 인식 못해 교통 법규 위반에
후진으로 주차장 나서는 등 아찔한 상황도
"어, 차가 왜 주차장을 후진으로 나가?"
지난 6월 30일 서울 도심의 한 야외주차장. 테슬라 모델X가 좁은 주차장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앞뒤로 수십번을 왔다 갔다 했다. 그렇게 10분 가까이가 흐르자 모델X는 결심을 했다는 듯, 후진으로 주차장 차단봉을 열고 나갔다. 이 차량은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 '완전자율주행(Full Self Driving·FSD) 감독형' 기능이 활성화돼 있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질주하고 있다. 6월 테슬라의 모델Y는 국내 시장에서 국산차 모델을 제치고 판매 순위 1위에 처음 올랐다. 전기차가 판매 1위를 차지한 것도 최초다. 앞으로 국내에서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FSD에 대한 기대감이 폭발적인 수요를 이끌고 있다. 작년 말 갑작스럽게 국내에 풀린 FSD는 현재 일부 차량만이 이용 가능하다.
이에 테슬라 모델X를 타고 서울 도심과 수도권 일대를 6시간 30분 동안 300㎞에 가까운 구간에서 FSD 기능을 체험했다. 국내 도심, 고속도로에 얼마나 적응하고 있는지 검증해봤다. FSD는 여러 방면에서 놀라움을 자아냈지만,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억지 끼어들기를 반복하는 등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꺾고 돌고 멈추고…인간 운전자보다 매끄러운 주행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출발 직후였다. 출발 장소였던 지하 주차장은 지하 4층과 지상 1층 두 곳에 출입구가 있는 구조였으며, 차량은 지하 3층에 주차돼 있었다. 목적지를 입력하자 차량은 주변을 스스로 인식하며 천천히 출발했고, 별다른 망설임 없이 지하 4층 출구를 찾아 이동했다. 차단기가 열릴 때까지 자연스럽게 기다린 뒤 도로에 진입했고, 비보호 좌회전과 차선 변경도 매끄럽게 이어갔다.
가속과 감속 역시 인상적이었다. 전기차를 처음 운전하는 사람이 흔히 저지르는 급가속·급감속 특유의 울컥거림이 없었다. 앞차와 충분한 거리를 유지한 채 부드럽게 속도를 높이고 줄였으며, 정차할 때도 안정감 있게 멈췄다. 오히려 인간 운전자보다 더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회전교차로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국내 운전자들이 우선 통행 순서나 방향지시등 사용 규칙을 헷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FSD는 진입 차량을 정확히 판단해 양보한 뒤 안전하게 진입했다. 횡단보도가 있는 우회전 구간에서도 적색 신호가 켜지자 정지한 뒤 보행자와 주변 상황을 확인하고 우회전했다.
고속도로에서의 만족도도 높았다. 추월을 위해 1차로를 이용한 뒤 다시 주행차로인 2차로로 복귀했고, 앞차가 느리게 달리면 적절한 시점에 차로를 변경해 추월했다. 좁아서 우려를 했던 톨게이트 진입 역시 자연스러웠다. 속도 제한 표지판을 인식해 미리 감속한 뒤 차선을 유지하며 유연하게 통과했다.
위기 상황에선 '패닉'…유료 주차장에 갇힌 테슬라
하지만 완성도는 아직 '완전자율주행'이라는 이름에 미치지 못했다. 가장 황당했던 순간은 시내의 좁은 골목길에서 발생했다. 마주 오는 차량과 교행하기 위해 공간을 내주는 과정에서 차량이 갑자기 인근 유료주차장 안으로 스스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주차 공간이 좁아 한 번에 방향을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인간 운전자였다면 차량을 다른 층으로 이동하거나 여러 차례 전·후진을 적절히 반복해 탈출했을 테지만, FSD는 대신 같은 자리에서 앞뒤로만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무료 출차 시간 10분이 채 1분도 남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FSD는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결국 차량은 후진 상태로 차단기 앞으로 접근했고, 이를 출차로 인식한 차단봉이 열리면서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다. 인간 운전자라면 겪지 않았을 아찔한 해프닝이었다.
또 고가도로 아래를 지나가거나, 지하주차장 등 위성항법장치(GPS) 신호가 약한 곳에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가 도로 아래에서는 엉뚱한 길을 들어서거나, 깊은 지하주차장에서는 주차장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오히려 더 깊은 층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얄미운 얌체 운전에 역주행까지…'단속 대상 1호'
더 큰 우려는 주행 내내 여러 차례 확인된 '교통법규 위반'이었다. 한시도 운전대에서 긴장을 풀 수 없었던 주된 이유다.
가장 자주 나타난 문제는 끼어들기였다. 내부순환로에서 진출로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이미 수십 대의 차량이 줄을 서 있는 정체 상황을 맞닥뜨렸다. 일반적인 운전자라면 줄 맨 뒤에 서서 기다리겠지만, FSD는 빈 공간을 찾겠다며 무리하게 옆 차로에서 서행을 반복하며 눈치 싸움을 벌였다.
오랜 시간 기다리던 주변 차들이 경적을 울리고 공간을 좁히며 방어하자, FSD는 진출로 바로 직전까지 차량을 끌고 가 결국 실선을 넘어 차선을 변경했다. 해당 구간은 명백한 끼어들기 상습 단속 구간으로, 현장 단속 중이었다면 여지없이 과태료 처분을 받았을 행동이었다. 이 외에도 규정 속도를 10㎞/h 이상 어기는 순간도 많았다. 일부 구간에선 단속 카메라가 있음에도 규정 속도를 초과하려고 해, 직접 급하게 개입해 제동에 나서기도 했다.
목적지 도착 직전에는 이 같은 특성이 불필요한 도로 정체와 시간 낭비를 유발했다. 퇴근 시간 정체가 시작된 오후 5시 무렵, 목적지까지 불과 1분 정도 남겨둔 상황에서 좌회전 차로에는 긴 대기 행렬이 만들어져 있었다. FSD는 이를 단순 정체로 판단했는지 줄을 서지 않고 옆 차로로 차량 행렬을 끝까지 빠르게 지나친 뒤 뒤늦게 무리한 끼어들기를 시도했다.
좌측 방향지시등을 켠 채 한 차선을 비스듬히 점유하고 서 버리자, 뒤차들은 연신 경적을 울려댔다. 끝내 차선 진입에 실패한 차량은 스스로 경로를 수정해 수 ㎞를 우회하기 시작했다. 이후 돌아가는 길에서도 똑같이 차로 진입에 실패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고작 목적지 코앞에서 20여 분을 빙빙 돌며 헤맸다. 결국 FSD를 해제하고 직접 운전대를 잡고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표지판은 보지만 바닥은 못 본다? 노면 인식 한계도
도로 표시 인식에도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다. 세워져 있는 도로 표지판은 비교적 정확하게 인식했지만, 바닥에 그려진 노면 표시에는 취약했다. 바닥에만 일방통행 표시가 있는 골목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역진입을 시도했다. 복수의 좌회전 차로가 있는 곳에서는 좌회전 후 지정된 차로가 아닌 엉뚱한 2, 3차로로 진입하기도 했다. 심지어 비보호 좌회전이 허용되지 않는 구간에서 황색 실선 두 개(중앙선)를 그대로 가로질러 좌회전하는 위험천만한 모습도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테슬라 FSD는 어디까지나 운전자의 상시 감독을 전제로 하는 '감독형' 시스템이다. 운전자는 언제든 개입할 수 있지만, 실제 주행 상황에서는 인공지능 차량이 언제,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그 의도를 인간이 예측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즉각적으로 개입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아, 운전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순식간에 교통법규를 위반하게 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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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용한 FSD 기능은 분명 혁신적인 수준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주행 자연스러움은 압도적이었다. 다만 한국 특유의 복잡한 도심 환경, 혼잡한 출퇴근길 흐름, 그리고 좁은 골목길에서는 여전히 판단 오류와 법규 위반 가능성이 심각할 정도로 적지 않았다. 국내 도로 환경에 최적화된 안전성 보완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보조 시스템'이라는 점은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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