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책방오늘', 8년 여정 멈추고 마지막 낭독회
건물 매각에 7일 영업 종료…"언젠가 돌아오지 않을까"

소설가 한강의 독립서점 '책방오늘'이 8년 만에 문을 닫았다. 한국 작가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국내외 독자들이 찾던 공간이었지만, 책방이 세 들어 있던 건물이 팔리면서 7일 마지막 영업을 끝으로 여정을 멈췄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한강이 차린 독립서점 '책방오늘'이 문을 닫았다. 2018년 문을 연 지 8년 만이다. 사진은 8일 서울 종로구 독립서점 '책방오늘' 앞. 연합뉴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한강이 차린 독립서점 '책방오늘'이 문을 닫았다. 2018년 문을 연 지 8년 만이다. 사진은 8일 서울 종로구 독립서점 '책방오늘' 앞.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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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책방오늘'에서 마지막 낭독회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지난 8년 동안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고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낭독회, 독서클럽, 읽기·쓰기 강좌,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며 "그때마다 손님들과 따뜻한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했다.


'책방오늘'은 2018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2023년 7월 서촌 통의동으로 옮긴 뒤에는 골목 안 작은 독립서점으로 운영됐다. 계절마다 '작가의 서가'를 소개하고, 낭독회와 워크숍, 독서모임을 열었다. 한강은 현재 경영에서는 물러났지만 사내이사로 서점과 인연을 이어왔다.

한강에게 책방은 노벨상 이후의 명소가 아니라, 한 사람이 들어와 책을 펼치던 첫 순간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처음 책이 배달됐던 여름밤을 떠올렸다. 에어컨도 없이 문을 열고 책을 진열하던 중, 퇴근길에 지나가던 손님이 들어와 방금 꽂은 책을 읽었다. 한강은 "이렇게 책을 진열해두면 서점이 되는구나, 사람들이 들어와 조용히 책을 읽는구나 생각하며 감동했다"고 회상했다.


서촌으로 옮긴 뒤 기억에 남는 행사는 '메아리 낭독회'였다. 작가가 먼저 읽으면 참가자가 뒤따라 읽는 방식의 낭독회다. 한강은 "목조 지붕이라 비가 오면 빗소리가 많이 들린다"며 "낭독회를 하는데 비가 쏟아져 세상에 우리만 남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손님이 없었다면 서점을 완성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폐점 이유는 공간 문제다. 한강은 "서점 건물이 팔려 세입자들이 7월 안에 나가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어 빠른 시일 안에 새 공간을 구하기 어려웠다"며 "일단 좀 멈췄다가 정비해서 언젠가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서점 측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다시 문을 열게 될 시기와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책방오늘'은 문학 독자들이 찾는 장소가 됐다. 마지막 영업일에도 서가는 대부분 비었고, 책방의 마지막 모습을 남기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독자는 책방 노트에 글을 남겼고, 또 다른 독자는 작가들의 추천 문구와 책방의 상징물을 오래 바라봤다.


이번 폐점은 한 작가 개인의 책방이 문을 닫는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유명 작가의 이름, 노벨문학상이라는 상징, 독자들의 발길도 작은 문화공간의 지속성을 보장하지는 못했다. 부동산 플랫폼 '디스코'에 따르면 책방이 입주한 건물은 지난 5월 19일 35억원에 매매됐다. 노벨상 이후 책방 주변이 유명해지며 일대 부동산 가격이 들썩였다는 주변 상인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한강은 차기작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예고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많은 것이 불확실하다"며 "언젠가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책으로 만나 뵈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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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낭독회가 끝난 밤, '책방오늘'의 불도 꺼졌다. 책은 팔렸고, 서가는 비었다. 그러나 한강이 남긴 마지막 말은 폐점의 이유보다 책방의 본질에 가까웠다. 서점은 책을 꽂아두는 곳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그것을 읽으러 들어오는 사람들로 완성된다는 말이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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