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하수관로 정비에 국비 지원은 0원
하수도 사용료 5년간 연평균 9.5%씩 인상
도시철도, 노후 승강설비 교체 어려움 호소

지난해 초 강동구 명일동에서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국비 338억원을 서울시 등 관계 지자체에 지원한 바 있다. 하지만 사회적 대형 이슈에 따른 일회성 성격이었다.

[인프라, 건설에서 교체로]②유지·보수할 곳은 많은데…특별시 국비지원은 0원
AD
원본보기 아이콘

노후 인프라가 늘면서 관리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 지원이 불가피한데,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서울시조차 인프라 관리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현행 보조금 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광역시의 하수관로 정비 사업의 국고 보조율은 30%지만 특별시는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이유로 국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도(道) 단위 광역지자체는 국고에서 60%를 받는다. 다만 지난 1일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기존 보조율을 조정하는 수준에서 받을 것으로 보여 서울시 입장에선 정부를 상대로 국비를 요청할 근거가 될 전망이다.


13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 관계자는 최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기획예산처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만나 광역시 수준의 국고 보조율(30%) 적용 검토를 건의했다. 하지만 논의는 아직 진전이 없다.

서울시 등 지자체들은 급한 불 끄는 식의 일회성 지원만으로는 유지보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하수도 노후화는 시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며 "지역과 무관하게 공평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프라 유지·관리 예산이 집행 우선순위에서 밀리면 결국 부담은 공공요금으로 전가된다. 시민들이 인프라 관리비용을 감당하는 셈이다. 서울시는 현재 55% 수준인 요금현실화율을 2030년 8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하수도 사용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요금현실화율은 요금이 실제 처리비용(원가)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비율로, 노후 하수관로와 물재생센터 개선을 위한 재원 마련이 목적이다. 현실화율이 100% 달성돼야 인프라 관리 등 자체적으로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 정부 보조를 받는 대전광역시가 98%로 가장 높고 울산과 인천이 각각 77%인 것과 비교하면 서울은 현저히 낮다.

[인프라, 건설에서 교체로]②유지·보수할 곳은 많은데…특별시 국비지원은 0원 원본보기 아이콘

이에 따라 서울의 하수도 사용료는 올해부터 5년간 연평균 9.5%씩 인상된다. 올해 4인 가족 기준(월 24㎥)의 경우 하수도 요금은 1만1150원에서 2030년에는 1만8480원으로 오른다. 하수관 파손과 악취로 시민 불편이 커지고 지반 침하 등 안전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투자 재원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정성국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노후 하수도는 지속적인 지반침하 사고의 주요 원인인 만큼 국가 기반시설의 안전을 위해 안정적인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인프라 노후화와 예산 문제는 도시철도 분야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서울 지하철 전동차의 약 60%는 20년이 넘은 노후 차량이며, 30년 넘은 역사는 172곳에 달한다. 승강 설비도 상황이 비슷하다. 공사가 운영하는 에스컬레이터 1881대 중 20년 이상 장기 사용한 설비는 647대(34%)로 집계됐다. 예산 부족으로 교체가 지연되면서 유지보수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엘리베이터 역시 노후 설비가 적지 않지만 교체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


서울도시철도의 경우 지난해 기준 원가보전율(수송 원가 대비 평균 운임)은 57%에 불과하다. 무임 수송 등 공공서비스 수행으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영향이 크다. 전국적으로 6개 철도 운영기관의 무임 수송 손실은 2020년 4456억원에서 2025년 7754억원으로 5년 만에 1.7배 증가했다.

AD

원가보전이 낮으면 철도 인프라 개선은 뒷전으로 밀린다. 전기료·인건비 등 필수분야 지출을 감당하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원가를 100% 보전받아 정상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적정 기본운임은 2591원으로 분석됐다. 현재 기본운임인 1550원에서 1041원이 인상돼야 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사 관계자는 "안전 SOC 투자를 하고 싶어도 재정 여건상 뒤로 밀리고 있다"며 "국비 지원과 같은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시민들이 요금을 추가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