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 38-1부(재판장 이지영, 황성미·박성윤 판사)는 1심 재판부의 기각 결정을 뒤집고 이같이 판결했다. 그동안 배달라이더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돼 왔다. 자영업자와 근로자라는 이중 지위를 갖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배달라이더를 비롯한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이렇게 판결한 이유는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할 때만 일하는 형태이기는 하지만 배달라이더가 사실상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았고 사업적으로 하나로 묶여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법원은 "배달라이더는 독립사업자로서 플랫폼을 선택적으로 활용한 게 아니라 앱을 통해 배달 주문을 수행하면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판결했다. 회사가 제공하는 앱을 통해서만 업무를 수행했고, 수행 방식과 보수 산정기준 및 지급 방식 모두 회사가 정했으며,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플랫폼 노동에 대한 별도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근로자성을 부인하기보다 근로관계를 실질에 맞게 탄력적으로 규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판결로 모든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자로 인정받을 것으로 보는 건 섣부르다. 법원이 플랫폼 노동에 대한 별도 입법을 언급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의 근로자성을 지나치게 넓히면 유연성을 줄여 오히려 일자리가 줄 수 있다는 걱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도 아니고 근로자도 아닌 플랫폼 노동자의 모호함 때문에 법적 불확실성과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지금이라도 규칙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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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부와 국회는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헌법상 노동권 보장을 명시하고 국가의 지원 근거를 담은 기본법인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이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대규모 반대 시위에 나서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번 판결이 사용자와 플랫폼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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