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80조 육박한 교부금…‘내국세 20.79%' 기로
학생수 1972년 100만명에서 작년 25만명
반도체 호황…내년 교육교부금 80조 넘을듯
전문가 "기형구조, 재정배분 불균형 심화"
기획처, 새 산식 마련해 사용처 확대 주장
교육부, 단순 경제 논리로 개편 주장 위험
1972년 도입된 교육교부금은 '교육재정의 젖줄'로 시도교육청 세입의 약 70%를 차지한다. 당시 인구는 급증하는데 교육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자, 내국세의 일정 부분을 떼어 시도교육청에 자동으로 배분하기로 했다. 세금이 많이 걷히면 교부금도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이기에 2016년 43조1615억원에서 올해 76조4381억원으로 10년새 30조원 이상 증가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가 반영되면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8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학생은 감소하는데 예산만 폭증"…기형적 구조 도마
문제는 뒤집힌 인구구조다. 도입 당시 100만명에 이르던 학령인구가 매년 수십만 명씩 줄더니 지난해 25만명으로 급감했다. 결국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세수 증대로 교부금은 오히려 불어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한 것이다. 재정당국은 이 같은 제도가 재정 배분의 불균형을 심화한다고 보고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학령인구는 급격히 감소했는데 교부금은 고정된 비율로 계속 늘어난다"며 "물가나 경제성장률 등 어떤 경제지표도 반영하지 않는 구조를 전면적으로 들여다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초·중·고교는 풍족, 대학은 부족…심화하는 재정 불균형
전문가들도 '20.79% 자동 배분' 방식이 국가 재정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교육청들이 초·중·고교 현장에서 남은 돈을 수조원씩 기금으로 쌓아두거나 현금성 복지 포인트로 활용하는 동안 대학(고등교육)이나 영유아 보육, 평생교육 분야는 만성 재정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초중등교육 투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매우 높으나, 고등교육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2022년 기준 초·중등교육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2만1476달러로 OECD 평균(1만2438달러)의 약 1.7배 수준이다. 반면 고등교육은 6617달러로 OECD 평균 1만5102달러의 약 0.4배 수준에 그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2021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내국세와 연동되는 현 교부금 산정 방식은 학령인구 감소 추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교육 분야 내의 재원 배분 및 여타 지출 분야와의 합리적 조정에도 적절하지 않으므로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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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교진 교육부 장관(왼쪽)과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오른쪽)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공개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7.8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기획처 "20.79% 내국세 연동 뜯어 고쳐야"
기획처가 검토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알려졌다. 첫째는 20.79%인 내국세 연동률 자체를 조정하는 방안이다. 둘째는 학령인구,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하는 새로운 산식으로 바꾸는 방안이다. 세수에 따라 교부금이 급등락하는 변동성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박 장관은 "교육교부금을 줄이려는 것이 아니다"며 △총액은 예년보다 줄이지 않고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계속 늘리며 △초·중등 교육 재정 안정성도 유지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기획처는 확보된 재원을 대학, 평생교육, 영유아 교육 등 상대적으로 투자 여력이 부족한 분야에 재배분하겠다는 구상이다.
교육부 "교부율은 유지해야…학생수 감소에도 투자 확대"
반면 교육부는 교육교부금 구조를 손질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20.79% 교부율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학생 수 감소라는 수치와 일시적 세수 호황에 매몰돼 교부율을 깎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노후 학교 재건축과 재개발에 따른 학교 이전·증설, 인공지능(AI) 교육 확대, 기초학력 지원, 특수교육, 이주배경 학생 교육 등은 학생 감소와 무관하게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교부금 제도의 합리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면서도 "AI 교육 등 새로운 교육적 요구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20.79% 비율을 낮추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사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초·중·고교에만 사용할 수 있는 교부금을 대학과 평생교육, 영유아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식이다. 교육재정 총량은 유지하면서 고등교육 투자도 확대할 수 있는 절충안이다. 즉 기획처가 '배분 공식'을 바꾸려 한다면, 교육부는 '사용처'를 넓히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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