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일자리가 없다" 고용 한파에 박사·석사까지 뛰어든 中 긱 이코노미
중국 '긱워커 3억명' 시대
고학력자도 단기 일감 전전
중국에서 배달·차량호출·플랫폼 프리랜서 등 초단기 임시계약직 노동자, 이른바 '긱 워커(Gig worker)'가 빠르게 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밀려난 노동자를 흡수하는 고용 완충장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이 악화하고 사회보험 사각지대가 커지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중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대학 졸업자 배출, 일자리 부족, 빈약한 실업보험 등이 맞물리면서 수천만 명이 정규직에서 '긱 이코노미'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긱 워커는 필요할 때마다 단기 계약을 맺고 일회성·초단기 노동을 제공하는 독립 계약자를 의미한다.
중국의 '고용 완충지대' 된 긱 이코노미
중국신취업형태연구센터에 따르면 중국에서 정규 상근 계약 없이 일하는 유연 고용 인구는 2025년 2억8000만명에서 올해 3억 20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기준 3억4700만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인구와 엇비슷한 규모로, 중국 전체 취업자의 약 44%에 해당한다.
긱 워커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부동산 위기에 따른 건설 일자리 감소, 관세·과잉생산·가격 경쟁 속 제조업체들의 자동화와 비용 절감에 따른 감원이 꼽힌다. 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긱 워커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부동산 위기에 따른 건설 일자리 감소, 관세·과잉생산·가격 경쟁 속 제조업체들의 자동화와 비용 절감에 따른 감원이 꼽힌다. 전통 산업에서 밀려난 인력이 플랫폼 노동자로 이동한 것이다. 최근에는 내수 부진과 인공지능(AI) 도입 여파로 고학력 청년층과 화이트칼라까지 유입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양잔 홍콩이공대 문화인류학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중국이 제조업 고도화를 추진하면서 과거 대규모 인력을 흡수하던 산업들이 도태되고 있다. 여기에 AI까지 겹쳤다"고 설명했다.
유연 노동은 정규직 일자리를 잃었을 때의 소득 충격을 일부 완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중국의 실업률이 지난 10년간 대체로 5~6% 수준을 유지한 것은 긱 워커 확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집계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인력 흡수가 실질적인 고용시장의 악화를 가리는 '눈속임' 효과를 낳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제는 긱 워커가 늘수록 사회보험 기반이 약해진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부분 사회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니어서 연금과 의료보험 등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2024년 말 도시 근로자 연금제도에 가입한 유연 취업자는 7057만명에 그쳤다.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은 상태에서 긱 워커가 계속 늘면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복지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이미 2019년 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로 국가 연금기금이 2035년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4년에는 정년 연장을 통해 소진 시점을 8~9년 늦출 수 있다고 봤지만, 정규직 고용이 줄어들고 초단기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중국사회과학원은 이미 2019년 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로 국가 연금기금이 2035년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4년에는 정년 연장을 통해 소진 시점을 8~9년 늦출 수 있다고 봤지만, 정규직 고용이 줄어들고 초단기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에 따르면 사회보험 재정의 구멍을 메우기 위한 중국 중앙정부 지출은 지난 10년간 약 3배 늘어 3조위안 수준으로 증가했고, 전체 재정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로 높아졌다.
긱 워커는 정규직 대비 소득과 고용 안정성이 낮아 이들이 늘어나도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된다. 교육·주거·내구재 등 장기 지출이 줄면서 다시 내수 부진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들이 단기 일자리에 굳어질 경우 중국의 가계 소비 약세를 장기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도 88만명 시대…배달·운전 넘어 IT·전문서비스로
비단 중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기사, 퀵서비스 기사, 재능거래·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 등 '한국형 긱 워커'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3년 플랫폼종사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종사자는 2023년 88만3000명으로, 2022년 79만5000명보다 11.1% 증가했다. 플랫폼 일자리 월평균 수입은 145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1만2000원 줄었고, 주업형 비율은 57.7%에서 55.6%로 낮아졌지만 부업형·간헐적 참가형 비중은 늘었다.
비단 중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기사, 퀵서비스 기사, 재능거래·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 등 '한국형 긱 워커'가 빠르게 늘고 있다. 허영한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직종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배달·운전 분야는 코로나19 이후 배달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정보기술(IT) 서비스는 전년 대비 141.2%, 전문서비스는 69.4% 증가했다. 플랫폼 노동이 더는 배달 라이더나 대리기사에만 머물지 않고 개발, 디자인, 교육, 상담, 번역 등 화이트칼라·전문직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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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내 통계 역시 사각지대가 크다. 고용노동부의 '플랫폼 종사자 규모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정부는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와 프리랜서의 실질 인원을 약 210만명으로 추산했다. 구체적으로 특수고용노동자 약 126만명, 플랫폼 종사자 약 80만명, 프리랜서 약 66만명으로 추정된다. 다만 배달 라이더·택배기사·화물차주처럼 여러 범주에 중복되는 인원이 있어 단순 합산은 어렵다. 나아가 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의 플랫폼종사자 실태조사는 국가통계 승인 문제로 공식 발표를 중단한 상태이기에 현황 파악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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