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 부친이 '증거인멸'
검찰 보완수사에서 밝혀내
권한 커지면 견제도 이뤄져야
"유구무언(有口無言)입니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장윤기 사건 수사 부실 의혹에 대해 내놓은 답이다. 검찰개혁 이후를 걱정하기도 전에, 경찰 수사의 빈틈이 먼저 드러났다.
광주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살인범의 자취방에 남겨진 핵심 증거물을 훼손하고 치운 이는 다름 아닌 현직 경찰 간부인 아버지였다. 장윤기 부친이 리얼돌과 휴대전화 등을 훼손·폐기한 정황은 경찰 수사가 아니라 검찰 보완수사에서 구체화됐다.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팀장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 기로에 섰다. 국가수사본부는 뒤늦게 기존 형사라인을 배제하고 반부패수사대로 전담팀을 꾸렸다. 경찰 스스로 기존 수사라인을 믿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은 여러 곳에서 터져나왔다. 지난 5월 잇단 비위와 유착 의혹 끝에 서울경찰청은 강남권 수사·형사 책임자를 대거 교체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장난질되고 조작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겠느냐"며 "송치 없이 암장하면 검찰도 알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드러났기 때문에 문제가 됐을 뿐, 드러나지 않은 사건은 애초에 통제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검찰개혁의 명분은 수사와 기소가 한 기관에 집중되면 권한 남용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같은 잣대는 경찰에도 적용돼야 한다.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고 증거를 보존하고 불송치로 사건을 종결하는 구조라면 그 권한 역시 견제받아야 한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겠다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까지 약화시키는 건 균형이 아니다.
보완수사권과 전건송치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경찰과 검사의 차이는 능력이 아니라 시야"라고 했다. 경찰은 송치와 구속을 성과로 보지만, 검사는 그 사건이 재판에서 유죄로 버틸 수 있는지를 본다는 취지다. 경찰 수사가 미진해 검찰이 다시 참고인을 부르고 자료를 확인하는 사건도 적지 않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한국선 상상도 못할 일" '객실 40도'인데 에어컨...
검찰이 과거 직접수사의 칼을 남용했고, 지금의 개혁 요구를 자초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검찰의 과오가 경찰권을 무통제로 둘 이유는 되지 않는다. 경찰개혁은 검찰개혁 이후의 후속 과제가 아니다. 수사권 재편은 권한을 나누는 일이 아니라, 권한을 어떻게 견제할지 정하는 일이어야 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