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 규제·생산적 금융 기조 영향
올 상반기 기업대출 증가분 76% 대기업이 차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여신 확대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기업대출 증가액이 가계대출 증가액을 웃돌았다. 금융당국이 올 들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강화한 데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은행권이 호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늘어난 기업대출의 상당 부분이 대기업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생산적 금융의 정책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기업대출 '28조' 늘었다…지난해 하반기 이어 가계대출 증가액 추월
AD
원본보기 아이콘


8일 아시아경제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대출 잔액을 분석한 결과, 기업대출은 2024년 6월 말 815조7857억원에서 올해 6월 말 877조5480억원으로 61조7623억원(7.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708조5723억원에서 774조9352억원으로 66조3629억원(9.4%) 늘어 2년간 증가액만 놓고 보면 기업대출을 앞질렀다.

반기별 흐름을 보면 가계대출은 둔화한 반면 기업대출은 늘어나는 흐름이 뚜렷했다. 2024년 하반기 9조9703억원 늘었던 기업대출은 지난해 하반기 14조9859억원 증가하며 증가 폭이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28조1973억원 늘며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반면 2024년 하반기 25조5627억원 늘었던 가계대출은 지난해 하반기 12조8433억원으로 증가 폭이 축소됐고, 올 들어서는 7조2571억원으로 더 줄었다.


이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로 묶으며 총량 규제를 강화한 데다 은행권이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기업금융을 늘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부동산에 집중된 자금의 물길을 기업으로 돌리기 위해 금융권을 향해 줄곧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 왔다.

이 같은 정부 기조에 호응하기 위해 5대 금융지주는 2030년까지 5년간 생산적 금융에 총 508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생산적 금융에는 기업대출뿐 아니라 금융주선, 상품공급 등도 포함된다. 이전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담보가 확실한 가계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해 왔다.

올해 상반기 기업대출 '28조' 늘었다…지난해 하반기 이어 가계대출 증가액 추월 원본보기 아이콘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와 기업대출 확대 유도 이후 대출 포트폴리오도 기업 부문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대출 증가세는 대기업대출이 주도했다. 대기업대출 잔액은 2024년 6월 말 159조5973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90조3641억원으로 30조7668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은 541조7550억원에서 569조6343억원으로 27조8793억원 증가했다. 전체 기업대출의 약 78%가 중소기업대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기업대출의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실제 최근 2년간 대기업대출 증가율은 19.3%로 중소기업대출 증가율(5.1%)을 크게 웃돌았다.


대기업 쏠림 현상은 올해 더 심화됐다. 5대 은행의 대기업대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20조649억원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6조2939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 상반기 기업대출 증가분의 약 4분의 3(76.1%)이 대기업에서 나온 셈이다. 중소기업대출 기여도는 23.9%였다.


올해 상반기 기업대출 '28조' 늘었다…지난해 하반기 이어 가계대출 증가액 추월 원본보기 아이콘

이는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기업대출은 늘리되 건전성 관리를 위해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 중심으로 여신을 확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취약하고 연체 위험도 높아 은행들이 대출 확대에 신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국내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22%로 1년 전보다 0.09%포인트 상승했지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0%로 더 높은 수준을 보였다.

AD

다만 이러한 자금 쏠림이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한 정책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선 통계처럼 혁신기업이나 성장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대기업 여신을 중심으로 대출이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