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미국 뉴저지주 잉글우드클리프스. 삼성전자 북미법인에는 한국계 첫 미 연방상원의원인 앤디 김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이 모였다. 인근 리지필드파크에서 사옥을 옮긴 삼성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같은 주 안에서의 이전이었지만 지역경제에 대한 삼성의 기여를 잘 알고 있던 이들은 기꺼이 신사옥을 찾았다.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터라 삼성에 감사의 뜻을 전하던 앤디 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삼성은 북미 본부를 연내 텍사스로 옮기기로 했다. 지난해 뉴저지 신사옥을 찾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방문 직후 텍사스 이전을 지시했다고 한다. 약 1200명이 근무하는 본부가 옮겨가면서 뉴저지는 40년간 품었던 삼성의 미국 사업 컨트롤타워를 텍사스에 내주게 됐다.
새 터전인 텍사스주 플레이노에는 삼성의 모바일 사업 조직과 연구개발(R&D)·엔지니어링 인력이 있다. 같은 주 오스틴에는 반도체 공장이 가동 중이고, 인근 테일러에는 신규 파운드리 공장이 들어선다. 미국 사업의 핵심 조직과 생산 거점을 한 곳에 모아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텍사스가 미국 내 대표적인 기업 친화 지역이라는 점도 이전 배경으로 꼽힌다. 텍사스는 주(州) 법인세와 개인소득세가 없다. 유연한 규제와 신속한 인허가 시스템, 기업 분쟁을 전담하는 법원도 갖추고 있다. 집값과 생활비 또한 낮은 편이다. 델라웨어 법원이 일론 머스크의 성과급 보상 패키지를 무효화한 뒤, 머스크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법률상 본사를 텍사스로 옮긴 것도 우호적인 기업 환경이 바탕이 됐다.
미국은 하나의 국가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50개의 서로 다른 나라와 다름없다. 주마다 세제와 규제, 노동시장 등 기업 환경이 다르다. 기업은 그 차이를 따져 가장 경쟁력 있는 곳으로 향한다.
최근 정부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총 8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역균형 발전과 반도체 경쟁력 강화라는 취지지만 전력과 용수, 전문 인력 등 핵심 인프라는 열악하다. 정부가 투자 지역을 먼저 찍고 기업이 뒤따르는 만큼 프로젝트 현실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삼성에서 일하는 미국 영주권자인 지인은 텍사스로 갈지, 뉴저지에 남을지를 두고 한동안 고민했다. 결국 그는 집값과 물가 부담은 적고 세율은 낮으며 기업 투자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텍사스에 새 보금자리를 꾸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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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삶의 질을 따져 터전을 옮기듯 기업도 세제와 규제, 인재, 산업 생태계와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보고 투자처를 정한다. 그곳이 텍사스든 뉴저지든, 호남이든 용인이든, 기업을 움직이는 건 결국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다. 정치 논리가 개입하기에는 우리 기업들이 마주한 글로벌 생존 경쟁이 너무나 엄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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