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장 재량적 이첩 요청권 기준 불분명
중대성·공정성·공소시효 여부 등 고려해야
검찰 개혁한다더니 더 큰 공룡 중수청 임박

경찰이 검찰의 수사 기능을 대체할 중대범죄수사청의 권한이 과대하다고 보고 세부 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찰과 검찰이 같은 사건을 수사할 경우 신병 확보 순으로 경합을 벌였던 것과 달리, 현재로선 중수청장이 이첩·통보 등을 요구하면 그대로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수사기관의 판단을 초월하는 중수청의 권한에 견제장치를 마련할 시간은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중수청 설립지원단 핵심 관계자는 8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시행령 제정 작업은 이달 말, 늦어도 8월 초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청 등 의견에 일리가 있지만 다 따를 수도, 안 따를 수도 없다"며 "행정안전부 장관의 최종 결심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검찰보다 막강한 중수청…개혁 취지 퇴색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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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중수청에 대한 인지범죄 통보와 관련해 예외조항이 한정적인 기존 시행령안 대신 특정경제범죄법·특정범죄가중법 등 가중처벌 요건을 규정한 법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아예 통보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범정부 대응조직인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이 가동되고 있는 만큼 이 체제에 중수청이 들어오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아울러 경찰청은 최근 중수청 설립지원단, 국무조정실 검찰개혁추진단 등과 실무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기관에 대한 중수청장의 이첩 요구 권한에도 이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10월 시행되는 중수청법 제43조 3항은 중수청의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해 '중수청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할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다. 청장이 재량적으로 판단하는 '적절성'에 대한 기준은 없다. 시행령안 제12조 1항은 '수사 실익이 없는 경우' '재판권 없는 경우' 등으로 한정적인 예외를 뒀을 뿐이다.


현재 각 수사기관은 중복 수사를 판단할 때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 여부를 따진다. 검찰도 경찰에 송치를 재량적으로 요구할 순 없다. 수사 경합이 발생하면 형사소송법과 수사준칙에 따른다.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기 전 경찰이 영장을 신청했다면 적시된 혐의를 계속 수사할 수 있다. 동일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도 '상호 열람' 요청이지, 경찰이 통보할 의무는 없다.


이 쟁점을 해소하지 않고 출범하면 중수청은 검찰을 뛰어넘는 막강한 수사권을 갖는다. 수사-기소 분리를 달성하는 것 말고는 특정 수사기관에 대한 또다른 권한 집중이 발생하는 셈이다.


경찰 출신 한 변호사는 "중수청 수사 범위는 필연적으로 경찰과 중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정 장치가 필요하지만, 중수청장의 재량적 판단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며 "상대 기관이 원칙적으로 따라야 하는 구조라면 판단 기준과 거부 사유가 법령상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중수청장 재량적 권한, 기준 있어야"

[단독]검찰보다 '막강한' 중수청 이첩 요구…이달 말 결판 원본보기 아이콘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중수청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한 경찰청 검토 의견'에 따르면 경찰청은 중수청장이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을 요청할 때 범죄 혐의와 관련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등 따져봐야 할 고려사항을 시행령에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구체적으로 ▲수사 진행 정도와 수사 기간 ▲사건의 중대성 ▲수사와 관련한 공정성 논란이 있는지 여부 ▲공소시효 만료 임박 여부 등을 이첩 요청 시 고려사항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봤다.


수사 지연을 유발하거나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 중수청으로 사건을 이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수사가 진척된 사건을 이첩하면 특별한 실익이 없고,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을 이첩하면 시효 내에 기소되지 못해 암장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사건 이첩뿐만 아니라 중수청장의 요청에 따른 통보 대상에도 구체성을 요구했다. 시행령안 제12조 2항은 동조 1항에 따라 통보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라도 사건의 성격,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통보를 요청할 수 있고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중수청이 수사하는 6대 중대범죄가 아닌 경우에도 중수청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기만 하면 통보를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같이 '우선적 수사권'을 가진 게 아닌 중수청의 포괄적 통보 요청에 타 수사기관이 응할 법적 근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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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도 수사기관 간 권한 중복 문제를 의식하고 있다. 실무 협의를 지속하며 이견을 조율해 간다는 방침이다. 중수청 설립지원단 관계자는 "수사기관 간 수사가 겹치는 문제가 있다"며 "중수청이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순 없는 만큼 서로 범위를 잘 나눠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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